권태명 SR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실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첫 순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수익구조를 안정화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R 경영평가 낙제에 올해 적자 불가피, 권태명 사업다각화 초석 놓는다

권태명 SR 대표이사 사장.


12일 수서고속철(SRT)을 운영하는 SR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로 철도 이용객이 급감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R은 지난해 매출 약 6669억 원, 영업이익 327억 원, 순이익 184억 원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매출 5200억 원, 순손실 300억 원을 보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된다.

SR이 수서고속철 운영을 시작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권 사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실적 악화 속에서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꺼내들었다.

현재는 수서고속철 운영을 통해 수입의 대부분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철도 관련 기술을 개발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해외에도 진출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속철도차량 핵심부품인 베어링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베어링 전문회사와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 해외시장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SR은 7월 말 고속철도차량 핵심부품인 윤축베어링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실용화를 위한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축베어링은 열차 바퀴의 원활한 회전을 위해 설치하는 부품으로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수입해왔다. 

이와 함께 권 사장은 수서고속철 개통 및 운영경험을 앞세워 고속철도 컨설팅사업분야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임기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권 사장이 이제 막 시동을 건 해외사업에서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권 사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SR 관계자는 “철도사업은 규모가 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열차 구매를 결정하는 데도 몇 년이 걸린다"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신사업을 추진한다기보다 장기적으로 SR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이 SR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SR은 올해 6월 발표된 지난해를 평가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미흡(D)’등급을 받았다. 임기 2년차인 권 사장도 함께 ‘경고’를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 등급을 연달아 두 차례 받은 기관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대상이 된다. 내년에도 낙제점을 받으면 권 사장이 임기 두 달을 남기고 명예롭지 못하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발표 이후 SR 안팎에서는 평가결과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2019년을 평가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기관은 SR을 비롯해 석탄공사와 고객만족도를 조작한 한국철도(코레일) 단 3곳뿐이다. 

해마다 매출이 줄고 영업손실이 늘고 있는 석탄공사와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한국철도와 같이 SR이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SR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올해 6월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두고 SR이 앞으로 더 다양한 사업을 도전적으로 추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앞으로 이러한 기조를 사업에 반영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R은 2018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며 2019년 처음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대상에 포함됐다. 

권 사장은 한국철도의 전신인 철도청에서 근무하다 한국철도로 자리를 옮겨 철도분야에서만 3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철도맨’이다. 

2018년 8월 취임한 권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1년 8월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