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이 설비관리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잇따른 사고에 시달렸던 만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장 안전을 강화하는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아! 안전] 한화토탈 안전사고 악몽 되풀이 없다, 권혁웅 단단히 각오

▲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 사장.


12일 한화토탈에 따르면 권 사장은 정유와 화학 등 모든 사업부문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력을 높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권 사장은 7월 구축한 설비정보포털(AIP)로 계획의 첫 걸음은 뗐다.

한화토탈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이 단순히 사업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안전 강화의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설비정보포털에는 한화토탈 대산 공장의 30만 개 설비와 관련한 사양과 도면뿐만 아니라 점검이력도 포함돼 있다. 포털을 통해 모든 설비를 일괄 점검할 수 있어 수작업으로 할 때 빠트릴 수 있는 위험을 막아준다. 

공정 관련 데이터가 담긴 시스템까지 구축되면 한화토탈은 설비 보수의 차원을 넘어 설비 운용 과정에서도 작업장 안전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한화토탈은 2017년 국내 정유 및 화학사들 가운데 최초로 사업장에 무선통신망을 구축했는데 권혁웅 사장은 이를 포함해 한화토탈에 갖춰진 디지털 인프라를 안전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9년 이동형 폐쇄회로TV(CCTV)와 설비 점검용 드론을 도입한 것이 좋은 사례다.

권 사장은 한화토탈의 △환경 관련 설비투자 △배출시설 성능 개선 △공장 안전설비 보완 △노후설비 교체 등에 2024년까지 34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안전 강화에 공을 들여 지난해 한화토탈에 잇따랐던 안전사고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한화토탈 대산 공장 송전탑에 벼락이 떨어져 공장 가동이 중단됐던 사고는 자연재해다. 그러나 그 해 5월 발생한 스티렌가스 유출사고와 2월 발생한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공장 화염 유출사고는 산업재해다.

이 가운데 5월 스티렌가스 유출사고는 임금 인상 문제로 노조와 씨름을 벌이던 권 사장을 더욱 힘들게 했다.

지난해 3월 한화토탈은 2018년도 연봉 인상안을 놓고 10.3% 인상을 요구하던 노조와 2.3%를 고수하던 회사가 대립하면서 노조가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한화토탈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대산 공장의 설비를 가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산공장의 스티렌 저장고에서 유증기가 유출돼 현장 노동자 및 주민 262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한화토탈은 노조뿐만 아니라 대산공장이 위치한 충남 서산시 지역사회의 반발도 직면해야 했다.

사고에 앞서 2019년 4월 파업 중인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비숙련 인원을 작업에 투입하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터라 한화토탈을 향한 비난 목소리가 높았다.

안전사고는 실적 측면에서도 권 사장을 괴롭혔다.

애초 한화토탈은 2019년 1분기와 2분기에 걸쳐 40일의 정기보수를 마친 뒤 설비를 재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러나 잇따른 사고로 한화토탈은 예정보다 긴 4개월 동안 설비를 멈춰야 했다.

이에 한화토탈은 그 해 2분기 영업손실 387억 원을 봤다. 한화토탈이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2015년 이후 첫 분기 적자였다.

권 사장은 2018년 9월 한화토탈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해가 사실상 임기 첫 해였는데 시작부터 안전 문제로 쓴맛을 본 셈이다.

대표이사 취임 뒤 안전 문제로 홍역을 치른 터라 권 사장의 각오는 남달라 보인다.

권 사장은 4월28일 세계 안전의 날을 맞아 임직원에게 보낸 CEO메시지에서 “공장 운영에서 안전 및 환경과 같이 회사의 생존에 직결되는 법규를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법규 준수 여부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이제 안전이다.

코로나19는 삶의 질보다 안전이 우선함을 깨닫게 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다. K-Pop에서 K-방역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안전의 눈으로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김용균법’이 시행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핀테크를 필두로 비대면산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제 안전이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됐다. 안전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인 시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안전경영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안전사회를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1부 안전경영이 경쟁력

4회 현대중공업
5회 한화토탈
6회 SK에너지 

2부 공기업이 앞장서야

3부 보안도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