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상반기 순이익에서 신한금융지주를 간발의 차이로 따라잡으면서 올해 금융지주 순이익 1위 자리를 놓고 하반기부터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신한금융 계열사 사업라인 재편과 인수합병에,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KB금융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 승기를 잡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 KB금융 1위 경쟁, 조용병 '인수합병' 윤종규 '디지털'이 열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10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금융지주회사 연간 순이익 1위 자리를 두고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키움증권과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신한금융지주가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순이익 1위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와 교보증권 등은 KB금융지주가 올해 신한금융지주를 뛰어넘고 2018년 이후 2년 만에 금융지주 순이익 선두를 탈환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상황에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두 금융지주사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가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7113억 원으로 신한금융지주 순이익 1조8060억 원과 차이를 크게 좁힌 것도 KB금융의 하반기 실적 우위를 예상하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으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2분기 순이익 9818억 원으로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봤는데 신한금융지주는 순이익 8731억 원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

결국 두 금융지주사 상반기 실적 격차가 미미해 하반기 경영성과가 올해 리딩금융지주에 오를 회사를 결정하는 데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에서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등 펀드 환매 중단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일시적으로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신한금융 계열사를 둘러싼 사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만큼 조용병 회장이 하반기에 신한금융지주 수익성 회복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신한금융에서 KB금융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해외사업 실적이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한편 비이자이익 증가세도 최근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KB금융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과 비교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훨씬 효과적으로 방어하며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어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KB금융지주가 이르면 3분기에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마무리해 연간 순이익 1천억 원가량을 실적에 반영할 계획을 세운 점도 신한금융지주를 뛰어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윤종규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올해 KB금융지주 리딩금융지주 탈환에 열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조 회장도 최근 신한금융그룹의 벤처캐피털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실적에 오히려 악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지주가 인수를 논의중인 두산그룹 계열 벤처캐피털회사 네오플럭스가 지난해 순손실 53억 원, 올해 1분기 순손실 11억 원을 보며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 회장이 최근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사업라인 재편을 추진하며 추가 인수합병 가능성도 검토중인 만큼 이르면 하반기에 새 인수합병 성과가 반영돼 실적 증가에 기여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비은행부문 강화와 계열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도 검토중"이라며 "자산운용사와 캐피털사 등이 거론되지만 실제 진행중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과감한 투자로 신한금융 계열사 사업재편에 속도를 낸다면 하반기에 KB금융지주와 인수합병 성과를 중심으로 순이익 우위 경쟁을 이어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윤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KB금융 계열사 사업체질을 갖춰내기 위해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KB금융보다 전사적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앞서나간 결과로 비대면채널 강화 등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일찍 성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맞아 비대면 금융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윤 회장도 하반기부터 KB금융 계열사 디지털 분야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은 고객 중심 디지털 혁신을 올해 KB금융 경영목표에 핵심으로 앞세우고 디지털금융 분야에서 계열사 협업도 강화해 새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한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디지털채널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약 27% 증가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디지털부문 수익을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최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실적이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폭우사태로 손해보험사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할 효과적 전략을 마련하는 일도 윤 회장이 하반기 실적 방어를 위해 주력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KB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신한금융은 손해보험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올해 리딩금융지주 경쟁은 결국 조 회장과 윤 회장의 경영능력과 위기대응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성공적 인수합병으로 해외와 비은행부문에서 이익 안정성과 성장성을 확보했다"며 "신한금융은 비은행계열사로 다변화된 사업구조가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