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사모펀드와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하기가 점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미 사모펀드 판매사인 은행들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데 이어 정치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사모펀드 팔기 어려워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국회 논의

▲ 4대 시중은행 로고.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데 따른 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판매자의 위법 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 손해액을 뛰어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소비자보호법에 있는 ‘징벌적 과징금’보다 더욱 강한 규제”라면서도 “사모펀드에 이를 적용해야 할지는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13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악의적으로 금융소비자에 피해를 입혔을 때 발생한 손해에서 3배 범위 안에서 배상을 책임져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3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지 8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 조항 등의 내용이 빠져 반쪽 법안에 그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공약에 담은 만큼 이번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은행들의 책임은 무거워지고 있다.

금융위는 7월 자산운용사에서 제공한 설명 자료를 투자자에 제공하기 전에 사전 검증을 하고 사모펀드 운용과 설명자료 주된 투자전략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판매사에 부과했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수수료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모펀드 판매에 눈을 돌렸다. 

최근 불완전판매 논란에 따른 고객 신뢰 하락,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 증가 등으로 돌아오면서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사모펀드 환매중단사고를 겪은 은행들의 판매잔액 감소에서도 확인된다.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약 4조5천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5천억 원가량 줄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1조1800억 원(-36%), 하나은행 1조3천억 원(-36%), 우리은행 5900억 원(-54%)으로 6개월 만에 크게 감소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피했던 KB국민은행만 지난해 말 1조3600억 원에서 6월 말 1조4400억 원으로 개인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늘었다.

하나은행은 행정소송을 통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한 일부 영업정지 제재 효력의 정지를 받았지만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안정적 상품 위주로 판매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정지 6개월 제재가 끝나는 9월 말부터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있지만 판매 재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한 규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에 목마른 상황이지만 예전처럼 사모펀드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