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시장에서 신차 사전계약 행사가 비용 절감 등 기존 효율성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마케팅적 요소가 더 강화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하반기 다수의 신차를 준비하고 있는데 차량 출시를 앞두고 사전계약 진행 여부부터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차 사전계약도 강력한 마케팅 수단, 현대차 기아차 서로 눈치싸움

▲ 기아차자동차 '4세대 카니발'.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카니발이 최근 사전계약 첫 날 단 하루만에 2만3006대를 계약하며 국내 자동차시장 사전계약 신기록을 새로 쓰면서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의 그랜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과 신형 아반떼, 기아차의 신형 K5와 신형 쏘렌토 등 최근 들어 사전계약에 흥행한 차들은 하나같이 출시 이후에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6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한 달 판매량이 1만 대를 넘는 차종은 그랜저와 아반떼, K5와 쏘렌토 등 딱 4종인데 그랜저와 아반떼, 쏘렌토는 사전계약 당시 하루 만에 1만 대를 넘겼고 K5는 2014년 세워진 기아차의 사전계약 기록을 5년 만에 깨면서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생산물량을 예측하고 판매지역 등에 따라 미리 차량을 배분해 물류비용을 줄이는 등 생산과 판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전문 유튜브 등에서 전문성 높은 리뷰를 통해 관련 정보가 많아지고 새 차를 먼저 타보려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사전계약은 자동차업체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체에 따르면 신차 출시를 앞두고 티저 공개, 외관 공개, 실내 공개 등 차량 공개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며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마케팅 방식을 쓰는데 차량 공개 이후 출시 전까지 공백 기간에 사전계약이 하나의 큰 홍보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실제 사전계약 첫 날 성적이 잘 나오면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기아차만 봐도 신형 K5가 지난해 11월 과거 카니발의 사전계약 기록을 5년 만에 뛰어넘은 데 이어 최근 9개월 사이 신형 쏘렌토와 신형 카니발로 사전계약 첫 날 기록을 두 번이나 더 갈아치웠다.

사전계약 첫 날 물량은 점점 늘어나 신형 K5가 사전계약 3일 만에 1만 대를 넘긴 것과 달리 쏘렌토는 하루 만에 1만 대, 카니발은 하루 만에 2만 대를 넘겼다.

사전계약의 마케팅적 요소가 중요해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서로 눈치보기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7월 출시한 싼타페 부분변경모델의 사전계약을 받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신형 싼타페가 3월 출시한 신형 쏘렌토의 사전계약 결과를 의식했다는 시선이 나왔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를 대표하는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으로 노리는 소비차층이 비슷하다.

쏘렌토가 사전계약 흥행에 이어 판매돌풍을 일으킨 상황에서 싼타페가 사전계약을 진행해도 결과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면  마케팅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중형세단인 신형 쏘나타를 출시했는데 상대적으로 사전계약 물량이 기아차의 같은급 중형 세단인 신형 K5에 밀렸다.  

이는 나중에 판매결과로도 나타났다. 신차 효과가 가장 많이 빠진 6월 판매결과만 놓고 봐도 K5는 1만145대가 팔리며 8063대가 팔린 쏘나타를 26% 앞섰다.
 
신차 사전계약도 강력한 마케팅 수단, 현대차 기아차 서로 눈치싸움

▲ 기아자동차 '3세대 K5'.


현대차와 기아차는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시장에 신차를 줄줄이 출시하며 상반기 좋은 흐름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아반떼 N라인, 신형 투싼, 코나 부분변경모델, G70 부분변경모델, 신형 GV70 등을 내놓고 기아차는 신형 스포티지와 스팅어 부분변경모델, 스토닉 부분변경모델 등을 출시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앞으로 내놓는 차들 가운데 준중형SUV인 투싼과 스포티지, 럭셔리세단인 G70 부분변경모델과 스팅어 부분변경모델 등은 같은급의 차로 평가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같은급 차종의 출시를 앞두고 사전계약을 할지 말지부터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사전계약을 진행할지는 차종뿐 아니라 같은 차종 내에서도 어떤 상품을 먼저 내놓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기아차의 신형 K5가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보다 사전계약에서 큰 인기를 누린 데는 하이브리드모델을 사전계약 당시 내놓고 동시에 계약을 받은 점 등이 성공요인으로 평가됐다.

현대차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4세대 투싼만 놓고 봐도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N 등의 라인업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카니발이 최근 미니밴 차급으로 새 기록을 쓰는 등 사전계약을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사전계약 여부는 차종뿐 아니라 가격, 제원, 출시시기, 경쟁 차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영업본부에서 판단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