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KB금융그룹 안팎을 놀라게 한 사건이 하나 있다. 

4년 전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복귀’를 전제로 이직했던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데이타시스템 직원 15명이 모두 복귀하지 않고 카카오뱅크에 남기로 한 것이다.
 
금융지주, 네이버 카카오의 거센 금융 도전에 경계심과 공포감 깊어

▲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이미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를 훌쩍 넘어섰다.


단순히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반 년이 지난 지금 이 일이 시사하는 점은 가볍지 않다. 전통 금융업과 새 강자의 세대교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는 해석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이미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를 훌쩍 넘어섰다.

7월31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44조 원대에 그치지만 네이버 시가총액은 무려 49조4433억 원으로 코스피 3위다. 카카오 시가총액도 30조 원이 넘는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네이버, 카카오의 도전에 직면해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만든 ‘네이버통장’을 선보인 데 이어 다양한 투자상품을 선보이는 등 앞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한발 빨리 금융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카카오페이를 내놓으며 전자결제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출범했다. 올해 2월 카카오페이증권도 세웠다.

두 회사의 금융산업 확대는 기존 금융회사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플랫폼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만큼 파급력도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4300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 역시 3월 기준으로 월 3831만 명의 순이용자 수를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IT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이 느끼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한 경계심과 공포감은 생각 이상”이라며 “승자독식이라는 말을 떠올려도 더이상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7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회사·빅테크·핀테크와 금융산업 발전방향’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기존 금융사업자들의 볼멘소리가 계속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네이버나 카카오는 기존 금융회사와 달리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초대형 플랫폼으로 이미 수많은 고객 기반도 확보했는데 여기에다가 규제까지 피할 수 있으니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승부라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금융권이 디지털 인재 확보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지만 이미 디지털로 중무장한 기존 IT회사를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좋은 디지털 인재 확보가 관건인데 너도 나도 디지털 인재를 찾는 데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최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3년차 이하 개발자 채용 공고를 내자 3일 만에 지원자가 3천 명이 몰렸다. 최종 지원자 수는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칙에 가까운 특혜를 대형 IT회사에게 주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앓는 소리만 하기에도 이미 늦은 만큼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