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D램 'DDR5'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선도기업들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규격의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더 빠른 저전력 D램으로 중국 추격 뿌리친다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새로운 D램 표준규격 DDR5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이르면 하반기부터 DDR5를 양산할 수 있게 됐다.

DDR5는 가장 많이 쓰이는 D램 가운데 하나인 DDR의 5번째 규격을 말한다. DDR은 다음 규격으로 넘어갈 때마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씩 빨라진다.

국제반도체협의기구는 반도체 기술 발전에 맞춰 여러 기업들이 표준적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격을 내놓는다. DDR5 규격이 발표된 것은 2012년 DDR4 규격이 나온 이후 8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DDR5 양산을 위해 더 성능 좋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마련했다. 평택사업장에 구축된 극자외선 전용 생산라인 ‘V2’를 통해 D램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양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DDR5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DR5에 DDR4 2배 수준의 생산능력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1년 하반기부터 DDR5시장이 성장기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DDR5는 이전 규격인 DDR4와 비교해 여러 면에서 향상된다.

칩 하나당 용량은 최대 16Gb에서 64Gb로 늘어난다. 데이터 처리속도도 DDR4의 3200MHz보다 2배 빨라져 최대 6400MHz를 지원한다. 그러면서도 동작에 필요한 전압은 1.2V에서 1.1V로 낮아져 전력 소비량이 30% 줄어든다.

DDR5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무기로 여겨진다.

최근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DDR4 등 기존 D램을 중심으로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22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 충칭에 새로운 D램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을 포함해 향후 10년 동안 D램에 8천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다른 중국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는 2월부터 고객사에 DDR4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나라의 기업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충분한 기술을 갖추지 못한 만큼 DDR5와 같은 최신 메모리반도체 양산은 다소 늦어질 공산이 크다고 반도체업계는 바라본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추진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D램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선두업체와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설비투자는 급증했지만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한국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DDR5가 DDR4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다.

특히 서버용 D램시장에서 DDR5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DDR5를 채용하면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이는 한편 전기요금을 줄여 막대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기고문을 올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저전력 메모리반도체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IDC는 DDR5가 2021년 전체 D램시장의 25%, 2022년에는 44%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