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뒤숭숭하다. 국유화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직원들 사이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고 국유화가 진행될 것을 전제로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주고받으면서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나와 뒤숭숭, 대우조선해양 감원 살펴보기도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30일 아시아나항공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내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국유화와 관련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28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가 끝난 뒤 ‘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이 무산될 경우 국유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모인 익명채팅방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일부 직원은 국영화와 관련해 공무원처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직원들은 기대감을 보인 직원의 글에 댓글을 달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부정적 예측을 쏟어냈다.

아시아항공의 한 직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항공업과 관련된 전망이 좋지 않아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정부가 고용유지를 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기존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신입사원의 채용정지와 급여동결 정도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채권단의 관리에 들어갔던 부실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는 2015년 말 1만3199명이었으나 2018년 6월 말 기준으로 9960명으로 줄었다.

그 뒤 2019년 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인수합병을 발표를 전후해서도 인력감축이 진행됐다.

2018년 말 9938명이었는데 2020년 1분기 말 기준 9486명으로 불과 1년 남짓 사이에 452명이 줄었다.

이런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보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국유화에 따라 벌어질 불확실성에 운명을 맡기기보다 이직을 알아보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나가게 되기 전에 이직할 자리를 알아보려고 한다”며 “다만 최근 실시한 유급휴직 때문에 퇴직금이 줄어들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퇴직금을 정산할 때에는 최근 3개월 급여를 평균해 근무연수를 곱하게 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어 퇴직금 정산에 기초가 되는 급여가 깎이게 될 것을 염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퇴직금은 휴직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퇴직금 정산과 무급휴직 또는 유급휴직은 관련이 없다"며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퇴직금은 만근 월 기준으로 정산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 채권단 관리체제인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됐다. 산업은행 아래에서 초기에는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실적이 늘었다.

그러나 실적이 좋아진 뒤 방만경영이 이뤄진데다가 2008년 하반기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민영화에 실패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시대가 도래하고 교역이 저조해지면서 조선업은 침체국면에 들어갔다. 이 때 대우조선해양은 보수적 경영대신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면서 저가 수주전략을 썼고 그 과정에서 부실이 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의 부실을 수년간 실적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6월 새로 취임한 정성립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부실을 회계장부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5조 원대 부실이 드러났다.

이 때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수많은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직원들의 내부동요를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포기를 선언하지 않은 만큼 인수합병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성공적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거래 종결까지 필요한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