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는 속속 연기되고 상선 발주도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이 발주 기미를 보이고 있어 조선3사는 이 선박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저유가에 해양플랜트 수주가뭄, 조선3사 초대형 LNG추진선에 집중

▲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일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조선3사가 올해 해양플랜트를 단 1기도 수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모두 40달러선의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해양플랜트 발주 자체가 메마르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발주된 해양플랜트는 일본 미쓰이해양개발(MODEC)이 수주한 세네갈 상고마르(Sangomar)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뿐이다.

노르웨이 에너지컨설팅회사 라이스태드에너지(Rystad Energy)는 대다수 해양자원개발 프로젝트들의 손익분기점이 국제유가 50달러선인 만큼 상고마르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끝으로 올해 더 이상 해양플랜트가 발주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쉘)은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Bonga Southwest)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기술입찰을 지난해 9월 진행해 놓고서도 아직까지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현지에 합자조선소를 보유한 만큼 일찍부터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다. 다만 프로젝트의 EPC(일괄도급사업)를 도맡을 회사의 선정과 최종 투자결정(FID) 등 과정을 고려하면 실제 설비 발주는 내년에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이 봉가 프로젝트와 함께 영업에 공들이는 호주 브로우즈(Browse)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2기는 최종 투자결정 시점이 2023년으로 크게 미뤄졌다. 이 프로젝트가 연기된 것은 벌써 3번째다.

미국 에너지회사 셰브론(Chevron)이 진행하는 호주 잔스아이오(Jansz-Io) 프로젝트의 반잠수식 플랫폼(Semi-Submersible Platform)은 조선3사가 모두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데다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e)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설비는 아직 프로젝트가 미뤄진다는 말은 나오지 않지만 셰브론이 발주 과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셰브론이 조선사들과 입찰 참여의사를 묻는 사전미팅을 진행하는 단계로 입찰과 EPC회사 선정, 최종 투자결정 등 앞으로 거쳐야 될 과정을 고려하면 설비 발주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2021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아직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 가능성이 남았다. 자회사 현대중공업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슈웨3(Shwe3)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쓰일 LNG(액화천연가스)플랫폼의 설비와 EPC사업의 수주를 놓고 미국 맥더못(McDermott)과 경쟁하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조선3사에 기대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수주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슈웨3 프로젝트뿐”이라면서도 “이마저도 지연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봤다.

저유가가 상선 발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575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급감했다.

조선3사는 올해 수주실적이 저조하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수주목표 달성률이 가장 높은데 목표 72억1천만 달러 가운데 상반기에 14억4천만 달러를 채우며 20% 달성률에 그쳤다.

그나마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가 조선3사 수주의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이 7월에만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10척의 수주에 가까워졌다. 쉘도 8척의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4월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Total)의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최대 5척 수주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수주하지 못했지만 LNG와 관련한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아 수주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가장 앞선 LNG선 기술을 보유한 만큼 선주사들도 결국 대우조선해양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유가에 해양플랜트 수주가뭄, 조선3사 초대형 LNG추진선에 집중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에탄운반선. <삼성중공업>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을 수주할 가능성도 있다.

두 조선사는 2018년 중국 저장웨이싱석유화학(STL)의 초대형 에탄운반선 6척을 3척씩 나눠 수주했는데 최근 발주처가 옵션물량 6척도 발주하기 위해 두 조선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를 포함한 조선해운매체들은 두 조선사가 옵션물량 6척도 3척씩 나눠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이 LNG벙커링선(해상 연료공급용 선박)을 수주할 수도 있다.

이에 앞서 14일 한국가스공사는 에쓰오일, 현대글로비스, 포스코인터내셔널, 대우로지스틱스, 부산항만공사 등 5개 회사와 10월까지 LNG벙커링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LNG벙커링선 3척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서 현대미포조선과 STX조선해양만이 LNG벙커링선 건조경험을 보유한 만큼 현대미포조선이 3척을 전부 수주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분할 수주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 발주 연기로 수주잔고를 크게 채우기가 어려워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LNG추진선 등이 조선3사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