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본사를 추가로 지방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균형발전 성과를 측정하는 연구용역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향후 2차 공공기관 이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요구 분출, 국토부의 혁신도시 평가결과가 분수령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앞줄 왼쪽 세 번째)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본사의 2차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전부터 공공기관 122곳의 수도권 본사를 지방으로 추가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왔는데 민주당이 21대 국회 의석을 대거 확보하면서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국토교통부와 진행한 당정협의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된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에게 “정부 기관과 기업체까지 지방으로 나눠야 수도권에 몰리는 수요를 장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며 “나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최근 충청남도와 대전시가 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신청한 것도 공공기관 본사의 추가 이전 논의와 맞닿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지방에 혁신도시를 세우면서 공공기관 153곳의 본사를 혁신도시로 옮기는 방안을 실행했다. 

대전시와 충청남도 지자체는 공공기관 이전에 강하게 힘을 싣고 있다. 혁신도시가 있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같은 흐름을 타고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지방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들은 특히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춘 대형 공공기관 본사를 유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전라북도 전주병)은 21대 총선에 출마했을 당시 공약으로 한국투자공사와 한국벤처투자 등의 금융공공기관 본사를 전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상남도 김해시도 시의회를 앞세워 한국공항공사의 본사 유치활동을 공식화했다. 부산시에서는 시민단체들이 KDB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본사 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그밖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환경공단 등도 본사가 지방으로 옮겨질 수 있는 후보 공공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균형발전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본사의 추가 이전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전라남도 나주로 본사를 옮긴 뒤 나주와 광주 중심의 ‘빛가람에너지밸리’에 기업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던 점은 공공기관 본사 이전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9년 기준 430곳 이상의 기업이 에너지밸리 투자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된 고용창출 기대효과도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물론 공공기관 본사의 추가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역 균형발전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반면 인력 이탈 등으로 공공기관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본사 이전 이후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기금운용역 수는 266명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승인한 부서별 정원 297명에 한참 못 미친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조만간 내놓을 예정인 ‘혁신도시 성과 평가 및 정책지원’ 연구용역 결과가 향후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보고서에는 공공기관 본사의 추가 이전에 관련된 내용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1차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전략의 평가결과는 포함된다. 

공공기관 본사의 1차 이전이 지역 균형발전효과를 보여줬다고 판단된다면 향후 2차 이전 주장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셈이다.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 본사 이전의 성과가 확인된다면 추가 이전을 요구하는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며 “혁신도시 성과평가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점으로 지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기관 유치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