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현대HCN을 매각한 돈으로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점찍은 화장품사업 확장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렌털이나 패션 등 그룹의 본업인 유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인수합병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HCN 매각 흥행, 현대백화점 여윳돈으로 인수합병 큰손 되나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HCN 본입찰에 이동통신3사가 모두 참여해 흥행하면서 현대HCN을 판 돈과 보유 현금 등을 활용해 그룹의 미래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신사업이나 대형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겠다는 현대백화점의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HCN 인수전에 기존에는 SK텔레콤과 KT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나 있었던 LG유플러스도 막판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이동통신사들은 현대HCN의 가치를 4천억 원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쟁이 붙으면서 인수 희망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시선도 있다.

현대백화점이 현대HCN 매각대금으로 약 6천억 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은 현대HCN 매각을 발표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하면 매각을 철회하겠다”고 강수를 뒀지만 경쟁이 붙은 상황에서 매각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이 마무리되면 현대백화점이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은 1조 원 가깝게 된다.

현대HCN이 존속회사 현대퓨처넷과 신설회사 현대HCN으로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보유한 현금 3600억 원 가운데 3400억 원을 현대퓨처넷에 남겨뒀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앞으로 가장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화장품이다.

‘알짜 사업’이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현대백화점의 본업인 유통사업과 관련성이 낮았던 방송·통신사업을 정리하고 유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화장품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대HCN이 물적분할한 뒤 존속회사로 현대백화점에 남는 현대퓨처넷은 앞으로 '디지털 사이니지'와 '기업 메시징서비스' 업부문을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대적으로 미래 성장성이 높은 곳은 아닌 분야로 꼽힌다.

이미 현대HCN은 SKC와 화장품 제조·생산회사인 SK바이오랜드 지분 인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랜드는 화장품 및 건강식품 원료, 의료기기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천연화장품 원료시장 1위 업체다.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 지분 27.9%의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3천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계열사인 한섬이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을 인수한 만큼 현대퓨처넷이 화장품 제조·생산을 맡고 한섬이 화장품 기획·유통을 맡는 분담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확장에 공을 들인 점도 화장품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울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하반기 무역센터점을 연 뒤 2019년 11월 두타면세점을 인수해 올해 2월 시내면세점 2호점을 열었다. 9월부터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도 진출한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사업의 매출 70% 이상이 면세점 판매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화장품사업을 본격화하면 면세사업과 화장품사업의 시너지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HCN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한 뒤에도 여윳돈이 충분히 남을 것”이라며 “현대렌탈케어 등 유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존 사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시장에서 분주하게 주판을 튕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