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강력하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계열사 사장단에도 디지털 역량 강화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에 특정 디지털 분야를 책임지도록 하는 등 여러 과제를 안겨준 만큼 디지털 전환을 위한 노력과 성과가 인사평가에 중요하게 반영될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 사장단은 디지털 전환 공부 중, 조용병 인사에도 반영할 뜻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14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7월 말 열리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는 조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뤄내야 할 목표와 추진전략 등을 중심 주제로 두고 진행된다.

조 회장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해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디지털 분야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데 힘쓴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여하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경영진이 더욱 힘써달라는 주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분야 역량을 강화하려는 신한금융그룹 차원 노력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사장단은 매달 열리는 정기 경영회의에서 인문학 도서를 읽고 토론을 벌이거나 강연을 듣는데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주제로 한 토론과 강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에서 계열사를 향해 디지털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기존 사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IT기업 금융시장 진출로 디지털 전환이 금융회사 생존에 핵심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주요 경영진이 각자 특정한 디지털기술 분야를 전담해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하는 디지털 후견인제도도 하반기부터 더 활발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인공지능,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빅데이터,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이 블록체인,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헬스케어 분야를 담당하는 등이다.

신한금융 사장단은 각자 맡은 기술 분야에서 시장동향을 파악한 뒤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다른 계열사와 협업을 이끌어 그룹 차원 디지털 역량 강화에 책임을 지게 된다.

조 회장이 경영진에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만큼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과 성과는 앞으로 인사평가에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단이 디지털역량 강화에 의지와 능력을 증명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 계열사 대표이사 임기 3년을 대부분 보장했고 지난해 연말인사에서도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대표 7명 연임을 결정하는 등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이 급변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일도 다급해진 만큼 앞으로는 더 과감한 인사변동 기조가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더라도 그룹 차원 디지털 전환 목표에 성과가 뒤처지면 대표이사가 곧바로 교체될 수도 있는 셈이다.

조 회장이 제시하는 디지털 전환 과제 이행 여부는 당장 올해 연말인사부터 반영될 수도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과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 등 여러 명의 계열사 대표가 올해 말로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계열사 사장단은 디지털 역량 강화에 의지와 잠재력을 인정받는 것이 연임에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 디지털 중심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IT계열사 신한DS와 인공지능계열사 신한AI등 디지털 기술을 전담하는 계열사 및 대표이사가 그룹 안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용 신한DS 대표는 신한금융지주 디지털부문 부사장을 겸임해 그룹 차원 디지털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배진수 신한AI 대표도 다른 계열사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와 배 대표가 조 회장의 디지털 전환 의지에 맞춰 좋은 성과를 낸다면 연말인사에서 역할을 더욱 키울 여지도 충분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