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국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고급화를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간편식인 라면을 찾게 된 소비자들이 고급 라면을 요구하는 데 따른 것이다.
 
농심 라면 코로나19 타고 미국에서 승승장구, 박준 고급화 노력도 한몫

박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12일 농심에 따르면 박 대표는 미국 라면시장에 부는 고급화 바람에 발맞춰 제품군을 확대해 미국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일본 라면업계를 빠르게 추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높아지는 미국 프리미엄 라면시장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올해 안에 미국 LA에 제2공장을 짓고 건면과 생면 등 건강과 프리미엄 가치를 앞세운 제품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농심 미국 법인이 짓는 미국 제2공장은 2005년 설립한 LA 제1공장의 3배 규모로 총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들여 15만4천㎡(4만6500평) 규모 생산라인을 만든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최근 건강식을 향한 관심이 높아져 건면과 생면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설비를 갖추고 신제품을 발빠르게 선보여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미국 법인은 LA 제2공장이 완공되면 남미 라면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9년 2억5천만 달러(약 3천억 원) 수준인 미주지역 매출을 2025년까지 6억 달러(약 7200억 원)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저장성이 뛰어나면서도 영양도 챙길 수 있는 간편식 제품으로 라면이 주목받고 있다. 덩달아 농심의 고급화 전략도 성과를 내고 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한국 라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농심은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보이고 있는데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2위 업체와 격차가 더욱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2018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라면시장 1위는 일본 도요수산인데 점유울 46%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닛신탑라면'으로 알려진 닛신식품으로 점유율은 30% 수준이다. 농심이 점유율 15%로 닛신식품을 추격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2년 농심의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아 대표에 올랐다.

박 대표는 1981년 농심에 입사한 뒤 주로 미국지사에서 근무해 글로벌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다.

박 대표는 미국시장에서 특히 고급화 전략에 힘써왔다.
 
농심 라면 코로나19 타고 미국에서 승승장구, 박준 고급화 노력도 한몫

▲ 농심 미국법인 25주년 기념 포스터. <농심>


저렴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는 라면을 스파게티 등 면 요리와 대등한 위치로 올려놓기 위해 힘을 쏟았다.

농심 미국 법인의 라면 제품군은 주요 경쟁사 제품과 달리 면과 스프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이 3~4배 가량 비싸다.

하지만 글루탐산나트륨(MSG)을 사용하지 않고 좋은 밀가루와 건더기 재료를 사용한 점이 점차 알려지면서 건강한 라면 이미지를 얻게 됐다. 

농심 미국 법인은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2016년 신라면을 미국 국방성 등 정부기관에 납품하고 2017년부터는 미국 주요 할인매장에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특히 신라면블랙과 신라면건면은 6월17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제품리뷰 페이지 와이어커터에서 기자와 요리사들이 선정한 '최고의 라면'에 꼽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500원 미만의 저가 라면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라면시장에서 고급 라면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는데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라면 등 핵심사업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며 "건면 등 주력사업이 성장을 가속화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