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설비 임대사업을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액화천연가스 직수입 증가에 따른 천연가스 도매판매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가스공사 LNG저장시설 임대사업 본격화, 직수입 늘자 ‘꿩 대신 닭’

▲ 한국가스공사에서 2025년 1단계 준공 계획을 세운 충청남도 당진 '천연가스 제5기지' 조감도. <한국가스공사>


10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충청남도 당진에 지어질 ‘천연가스 제5기지’를 기반으로 액화천연가스 제조시설(LNG터미널) 임대사업을 본격화한다.

당진 천연가스 제5기지는 천연가스를 하역·기화·저장하는 데 쓰이는 LNG터미널 등을 포함한 대규모 시설이다. 2022년 1월부터 건설돼 2025년 1단계 준공과 더불어 운영을 시작한 뒤 2031년 완공된다. 

가스공사는 당진 천연가스 제5기지가 2025년 문을 열면 전체 200만㎘ 규모인 LNG터미널의 저장탱크 가운데 100만㎘ 규모를 민간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는 LNG터미널의 시설 이용조건과 요금 등을 개편해 민간임대사업자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액화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발전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액화천연가스 직수입은 발전사업자들이 발전에 사용할 액화천연가스를 도매사업자인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직접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와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 가격도 떨어지면서 액화천연가스를 직수입하려는 발전사업자도 대기업과 발전공기업에서 중소규모 발전사로 확대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 직수입의 증가로 수익성 하락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해외에서 산 천연가스를 국내 발전사업자에게 파는 도매판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가스공사는 LNG터미널의 임대업을 대안 수익원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 직수입이 늘어날수록 LNG터미널의 임대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를 직수입하려는 발전사업자들은 소비계획에 규정된 30일분 규모의 액화천연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LNG터미널을 지으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발전사업자들이 기존의 LNG터미널을 빌리는 방식으로 직수입 요건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에너지와 GS칼텍스, 한국중부발전 등이 가스공사로부터 시설을 빌리는 방식으로 직수입 요건을 맞춘 전례도 있다. 

가스공사가 LNG터미널시설 확대와 임대조건 개선을 통해 임대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LNG터미널 시장의 경쟁자가 속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맞닿아 있다.

가스공사는 6월에 발주했던 제조시설 관련 연구용역에서도 “액화천연가스 직수입의 증가가 민간 LNG터미널 확대로 이어지면 가스공사의 설비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바라봤다.  

액화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사업자가 저장설비를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LNG터미널 임대사업 경쟁자가 나타나는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포스코에너지가 전라남도 광양에서 LNG터미널 임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GS에너지와 SKE&S도 공동투자를 통해 충청남도 보령에 LNG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중견건설사인 한양은 전라남도 여수 묘도에 LNG터미널을 세워 임대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세웠다. 한국석유공사와 SK가스도 울산 북항에 LNG터미널을 세우는 방안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