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판매중단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게 됐다.

손지훈 휴젤 대표이사는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휴젤도 메디톡스가 펼치는 보툴리눔톡신 균주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어 부담도 동시에 안고 있다.
 
[오늘Who] 메디톡스 균주소송 휴젤도 겨냥, 손지훈 해외진출에 부담

손지훈 휴젤 대표이사.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14일부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메디톡신’이 국내에서 판매정지 되면서 휴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휴젤은 메디톡스보다 시장 진입이 늦었지만 2016년 메디톡스를 넘어섰고 그 뒤 국내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휴젤은 2019년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점유율 42%를 차지했다.

메디톡신이 당초 품목허가를 받은 것과 다른 보툴리눔톡신 원액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 14일부터 판매가 중단되면서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공백을 휴젤의 보툴렉스가 차질할 공산이 커졌다. 글로벌 보툴리눔톡신기업 앨러간의 ‘보톡스’는 가격이 비싸고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아직 국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나관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경쟁사인 메디톡스의 국내 품목허가 취소 최종 확정으로 휴젤은 내수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반사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에서 휴젤이 확고한 1위를 사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휴젤도 보툴리눔톡신업계의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개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웅제약과 4년째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데 6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을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 진출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뿐만 아니라 휴젤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 뿐만 아니라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출처에 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메디톡스는 휴젤의 보툴리눔톡신도 출처와 분리동정 과정 등이 불분명하다며 균주의 전체염기서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메디톡스가 올해 11월에 나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최종 판결에서도 대웅제약을 이긴다면 휴젤을 상대로도 소송전을 진행할 공산이 큰 셈이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대웅제약 외에도 보투리눔톡신 균주 출처를 의심받고 있는 다른 경쟁업체를 국내외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국내 보툴리눔톡신업체 사이에 대규모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훈 휴젤 대표이사는 현재 유럽과 미국,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손 대표는 올해 6월 유럽에서 보툴리눔톡신 판매허가 신청을 마쳤다. 허가까지 약 1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르면 2021년 중순부터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올해 말까지 판매허가 신청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2019년 4월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에 보툴렉스의 판매허가를 신청해놨다.

손 대표는 2019년 11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3년 내 빅3(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 모두 진출하겠다”며 “이를 통해 해외 매출비중을 80%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디톡스와 소송전을 치르게 된다면 미국 진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디톡스와 손을 잡고 있는 미국 앨러간은 보톡스의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경쟁업체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이번에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10년 동안 수입금지 권고를 받은 것도 앨러간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의 혼란으로 휴젤이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외진출 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품 전체의 신뢰도가 하락해 결국 ‘승자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