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자구안으로 사업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관계설정을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한진칼 경영권 다툼을 할 때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는데 기내식사업부와 기내면세점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고용안정에 최대한 성의를 보인다면 노조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업부 매각에서 지지기반 노조와 관계 시험대 올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화정책에 부딪혀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되자 사업 매각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은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를 직접 찾아 기내식사업부와 기내면세점사업부 매각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앤컴퍼니가 구체적 인수의지를 보임에 따라 거래절차 진행을 지시했고 7일 사업부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사업부 매각을 위해 대기업 오너가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로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기내식사업부와 기내면세점사업부의 매각을 끝내면 약 1조원의 유동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부 매각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 되면 조 회장은 5천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송현동 부지의 매각이 차질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조 회장으로서는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됐던 경영능력과 관련된 우려도 불식하고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한항공 노조가 기내식사업부와 기내면세점사업부 매각에 반발하는 성명을 내며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점은 마무리해야 과제로 남았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코로나19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노조도 알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고용유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가급적 유휴자산을 먼저 매각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그동안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주주연합과 경영권 다툼을 벌일 때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한항공 노조는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서울시가 공원화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 서울시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 회장이 그동안 대한항공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온 만큼 기내식사업부 매각 협상에서 고용유지를 확보해주는 것이 조 회장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데 필요하다고 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조 회장은 4월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을 때에도 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며 “조 회장은 직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사업부 매각협상에서 고용승계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 과제를 잘 풀어나간다면 조 회장의 3세 경영체제도 굳건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문제와 임금보장 문제를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40여명에 달하는 기내식사업부와 기내면세점사업부 직원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대한항공 노조와도 긴밀히 협의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