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는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보유 허용을 막을 수 있을까?

공정위는 대기업 지주사에게 기업형 벤처케피털을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금산분리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는 경제회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성욱,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 공정위 반대 관철할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9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실무회의를 통해 구체화한 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완화 보완방안이 7월 안에 발표된다.

홍 부총리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기재부는 보완방안에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와 관련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최근 “기존 벤처지주회사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엄격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일반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제한적으로나마 보유할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홍 부총리가 추진하려고 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완화정책이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 기재부와 협의는 물론 국회 관련 상임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 허용과 관련한 문제점을 적극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별도 방안을 마련해 기재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설득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조 위원장은 5월26일 열린 녹실회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공정위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기재부의 방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공정위는 이 자료에서 “벤처회사에 관련한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거나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지주사가 타인 자본으로 지배력을 확장하게 될 경우 기업 지배의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경제의 근간을 위협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기재부의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어 조 위원장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민주당 안에서 박용진 의원만이 공개적으로 조 위원장을 지지하고 있다. 

박 의원은 6월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일각에서 투자촉진 방법이 과연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회사 설립 허용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2018년 재계에서도 사실상 현행 제도로도 벤처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남긴 바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노조가 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조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권희원 전국금융산업노조 금융정책본부 위원장은 6월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 허용이 대기업의 경제적 지배력 강화와 부의 집중만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대기업 지주사에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이 경제회생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기재부가 추진 중인 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완화가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일 뿐 금산분리 원칙을 어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내걸고 있다.

재계에서도 기재부의 규제완화방안을 반기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 실장은 6월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주사체제인 SK나 LG 등은 이미 해외에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두고 수천억 원씩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에 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이 허용된다면 해외로 나간 자금을 충분히 국내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