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을 법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재원 고갈에 대비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목적이지만 국민연금 구조개편 논의도 함께 진척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법안 속속 발의, 구조개편 논의는 제자리걸음

▲ 국민연금공단 국민기금운용본부 전라북도 전주 사옥 전경.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의 보장책임을 지도록 법령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최혜영·정춘숙·전혜숙·남인순·김성주 민주당 의원이 국가에서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도록 명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 뒤 접수된 국민연금법 개정안 15건 가운데 5건(33%)이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국민연금 기금의 예상 고갈시기가 갈수록 일러지고 있는 점을 근거로 국민 불안을 줄이려면 국가가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연금에서 쌓아둔 기금이 예상보다 이르게 바닥을 드러내더라도 국민이 국민연금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국가 차원에서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4월 말 기준 누적 619조958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누적 기금규모는 2015년 이래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2040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54년 적자규모가 163조9천억 원까지 늘어나면서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예상한 2054년은 정부에서 2018년 4차 재정추계를 통해 전망했던 국민연금 재원의 고갈시기 2057년보다 3년 이르다.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입보다 지출 증가폭이 큰 데다 우리나라가 조만간 초고령사회(만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국민연금은 2016년 결산연도부터 2020년 계획연도까지 연평균 수입이 6%씩 늘어난 반면 연평균 지출은 11.5%씩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 연평균 수입과 지출 증가폭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층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돈을 내는 사람 수는 줄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향후 노인이 되었을 때 국민연금을 납부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 받게 될 것이라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주 의원은 법안 발의자료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그래서 국가 지급 보장의 명문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혜영 의원도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 노후보장 제도”라며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은 이전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서 권고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식 석상에서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이 끊임없이 나온다”며 “국가 지급보장을 명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은 관련 법안에서 연금을 지급할 때 부족한 금액을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한 전례도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국민 신뢰도를 높이려면 국회에서 국가의 지급 보장뿐 아니라 국민연금제도의 개편안 논의에도 속도를 함께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이 어떻게 개편되느냐에 따라 재정 투입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연금 개편을 논의할 때 국가 재정지원 방향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정부는 2018년부터 국민연금 구조개편을 추진해 왔지만 현재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2018년 말 국민연금 개편안 4개를 20대 국회에 냈지만 국회도 회기가 끝날 때까지 어떤 개편안을 선택할지를 놓고 합의하지 못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의 지급 보장도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 더욱 급한 문제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현재 구조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힘든 만큼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차근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