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을 놓고 증권업계와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중단 상황과 관련해 예탁결제원도 펀드사무 관리에 소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놓고 책임공방

▲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반면 예탁결제원은 자산운용사가 등록해달라고 요청한 펀드 매입 자산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해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편입된 자산 목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탁결제원은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자료에 맞춰 펀드에 편입된 자산명세서를 만들면서 펀드 기준가격과 수익률을 산정하는 등의 회계·사무관리 업무를 맡는다. 

증권사나 은행 등의 펀드 판매사는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에서 만든 펀드 자산명세서를 통해 어떤 채권이 펀드자산으로 편입됐는지 확인하게 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현재까지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운용자금 가운데 1천억 원 이상의 환매를 중단했다. 

이 펀드 설정잔액 5172억 원 가운데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500억 원 정도의 사용처룰 명확히 밝히지 못해 추가 환매중단도 예상된다.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는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매출채권을 자산으로 편입해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설계됐다. 

예탁결제원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청에 따라 펀드의 자산으로 특정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매출채권을 등록해 펀드 자산명세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환매가 중단된 펀드에서 매입한 자산은 전부 비상장기업의 사모채권으로 드러났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예탁결제원에 채권 이름의 등록을 요청하면서 보낸 이메일에는 비상장기업 사모채권의 매입계약서도 첨부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6월 말 예탁결제원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예탁결제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청으로 펀드 자산명세서를 작성하면서 매입자산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펀드판매사 가운데 한 곳인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은 환매중단 피해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예탁결제원이 자산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바꿔 펀드 자산명세서에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썼다. 

예탁결제원도 펀드 자산명세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관련 확인절차를 제대로 밟았어야 한다는 책임론을 제기한 셈이다.

사무관리회사는 자본시장법상 귀책사유가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에 들어가며 금융투자협회 규정에도 ‘사무관리회사는 매달 신탁회사와 증권 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는 점이 증권업계가 말하는 예탁결제원 책임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와 관련해 예탁결제원은 검찰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직접적 책임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에서 실제로 사들인 자산이 비상장기업 사모채권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데다 사무관리회사는 자산운용사에서 등록해 달라고 요청하는 펀드 매입 자산의 명세를 직접 확인할 법적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종목 이름을 입력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사무관리회사 업무범위에 따라 등록한 것”이라며 “사무관리회사가 펀드에서 실제로 매입한 자산을 확인할 수 있는 법령이나 계약상 권한이 예탁결제원에겐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도 사무관리회사가 신탁회사와 증권 보유내역을 매달 비교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상 규정은 투자회사(뮤추얼펀드)에만 해당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는 투자신탁(일반 펀드)이므로 예탁결제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 사태에서 예탁결제원도 사무관리회사로서 최소한의 책임은 있겠지만 확실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속이려고 작정을 했다면 예탁결제원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