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직접 지휘하기 시작하면서 영업채널과 조직 운영방식 등을 일원화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단일 구동체계를 갖추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지만 조 회장은 두 생명보험사 화학적 융합으로 진정한 통합 생명보험사를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늘Who] 조용병,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 화학적 완전통합 원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3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내년 초부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사업조직 전체를 통합 보험사 기준으로 개편해 운영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이 최근 두 보험사 통합방안을 논의하는 '뉴라이프 추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합병일을 내년 7월1일로 확정한 뒤 영업방식과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조 회장은 1일 열린 회의에서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에게 "마라톤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막판 스퍼트"라고 말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그동안 통합작업에 다소 차질을 빚어 합병계획이 백지화될 가능성마저 거론됐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을 보인 셈이다.

두 생명보험사가 예정대로 내년에 합병하며 재무와 IT인프라 등 물리적 통합을 이뤄내도 조직문화와 영업방식, 사업 운영체계 등에서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통합 생명보험사가 당분간 두 회사 사업조직을 분리해 운영하고 각자대표체제로 경영체계도 달리하는 '한 지붕 두 가족'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와 금융지주사 계열사인 신한생명 조직문화에 큰 차이가 있고 두 보험사 주력 영업채널과 영업을 벌이던 대상도 다르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주로 텔레마케팅과 제휴은행, 보험대리점 등 채널로 전국단위 영업을 벌이는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전속설계사(FC)를 중심으로 수도권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런 차이를 좁히기 위해 1일 뉴라이프 추진위원회를 통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에 조직개편을 실시하도록 하고 마케팅 등 실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도 대거 맞교환하도록 했다.

두 생명보험사 합병을 정확히 1년 남겨둔 시점에서 통합 생명보험사 출범 뒤에 한 지붕 두 가족체제가 아닌 완전한 통합 구동체계를 갖추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생명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고객전략그룹을 신설했고 오렌지라이프는 디지털 전략 추진을 담당하는 새 조직을 꾸렸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고객전략그룹은 오렌지라이프와 보험상품 설계 및 영업, 마케팅 등 전반에 통합계획을 논의하고 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조직"이라며 "오렌지라이프가 갖추고 있는 사업조직 형태도 일부 도입하면서 조직문화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는 두 회사 IT역량을 합쳐 빅데이터와 헬스케어 등 신기술에 보험상품을 결합해 맞춤형 서비스와 온라인 판매채널 등을 강화하는 '인슈어테크' 분야를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 통합 생명보험사가 출범한 뒤 경영체제를 안정화하고 시너지를 내 생명보험시장에서 입지를 키우는 일은 결국 보험상품 영업채널과 판매방식을 순조롭게 일원화하는 일에 달려있다.

신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가운데 한 쪽 영업채널이나 경영 방식을 중심으로 방향이 쏠리면 사업 운영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존 고객기반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원활한 조직문화 융합 및 업무체계 통합 방식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쓸 공산이 크다.

정문국 사장은 2007년부터 여러 보험사에서 대표를 맡아 온 베테랑이고 성대규 사장은 신한생명 사장에 오르기 전 금융위원회 보험과장과 보험개발원장 등을 거친 보험업계 전문가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와 영업채널 및 방식이 다르게 운영됐다는 점은 합병 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며 "중복되는 영업채널이 없는 만큼 기존 판매방식을 유지하며 보험상품 등을 공유하면 강력한 시너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