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에서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스타항공에 넘겨 제주항공에 인수를 압박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지분을 매각해 상당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해 매각이 무산되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분도 마련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오너 이상직, 제주항공 인수 압박 위해 마지막 카드 던져

▲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29일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홀딩스에서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스타항공에 넘기면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차일피일 미뤄온 제주항공으로서는 인수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제주항공은 250억 원에 이르는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문제로 삼아 인수를 미뤄왔다.

제주항공은 5월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책임감을 지고 임금체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이스타홀딩스와 기싸움을 이어갔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상직 의원 측의 사재출연을 통한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홀딩스에서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이스타항공에 넘기기로 하면서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는 제주항공으로 넘어가게 됐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인수하는 대가가 이스타항공에 들어가게 되고 그 돈으로 임금체불을 해결할 수 있어 명분에서 밀리게 됐다. 

그동안 항공업계에서는 이 의원이 임금체불 문제를 선뜻 해결하지 못하는 밑바탕에는 이스타항공의 인수자인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깔려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 의원으로서는 사재출연을 통해 직접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는 부담을 피하면서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추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의원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으면 회생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1042억 원을 나타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은 올해 3월 말부터 국내선과 국제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지상조업회사 등 협력업체에 2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현재 운영자금이 없어 외부 수혈을 받지 않는 한 운항을 재개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 이스타항공의 부실과 관련된 책임을 온전히 이 의원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매각이 무산될 때를 대비해 정부의 이스타항공을 향한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이번 결정을 감행한 배경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번 결정을 통해 정부가 이스타항공을 지원하는 것이 오너일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부가 이스타항공과 직원을 위해 지원을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을 한 점도 이런 상황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대표는 “항공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기 전에 정부가 과감하고 적극적 투자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제주항공은 인수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혀온 터라 넘어온 공을 어떻게 받을지 고심하게 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기자회견은 일방적 발표형식을 띄고 있어 제주항공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공식적 입장을 현재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이 다른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 의원이 이스타홀딩스에서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이스타항공에 넘겨줬다고 해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지는 알 수 없다”며 “또다른 명분을 내세워 인수 과정을 미룰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