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불붙은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는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사회복지제도에 큰 변화를 낳는 일인 만큼 찬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 논의에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로 ‘공동체의식’을 높이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에게 코로나19가 소환한 기본소득 논의를 놓고 얘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보건사회연구원장을 역임하고 기초연금 등 연금 분야의 전문가다. 김 교수의 기초노령연금 도입안은 과거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의 당론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남성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리더 '수호'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 미래통합당 경제혁신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됐다.

- 기본소득 논의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은 인류사회가 노동소득을 대체하는 중요한 소득의 개념으로서 걸어가야 할 길일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충분히 좀 더 많은 상상력을 지니고 그와 같은 사회로 갔을 때 어떻게 노동에 가치를 부여할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 나갈 것인지 등에 관한 사회적 고민들은 지금부터 서서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지금 당장의 일인 것처럼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려면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 공동체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너와 내가 남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운명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라는 인식이 전제돼야만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이 이뤄지는 것이다.

너와 나는 경쟁관계이고 각자도생하고 각자가 열심히 경쟁하면서 따로 살아가면 된다는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팽배한 나라에서는 기본소득이라는 것이 도입될 수도 없고 이뤄질 수도 없다."

- 그렇다면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해 어떤 단계부터 밟아나가야 하나?

"발전단계적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복지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영국과 미국 정도의 복지도 못하고 있는 나라다.

복지를 못한다는 것이 돈을 안쓴다는 개념이 아니라 국민의 의식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는 만큼 복지는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영미의 복지의식도 못 따라가는 수준의 공동체의식을 지닌 한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의식을 가진 스웨덴도 해내지 못하고 있는 기본소득을 먼저 하겠다는 이야기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 일반적으로 재원조달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재원조달 문제는 근본 문제가 아니다.

함께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함께 벌고 함께 저축하고 그 돈으로 필요한 사람들과 나눠쓴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재원조달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것은 분배의 문제이고 분배 과정에서 우리가 더 행복을 느끼고 더 나은 삶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함께 살고 하나라는 의식 자체가 좀 더 확대돼야만 한다." 

-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 도입에서 잘못된 부분은?

"기본소득이 되려면 노동소득을 대체하는 개념이 돼야 하고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무차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돈이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과 일본에서 지급한 지원금도 기본소득이 아니다. 일부에서 이러한 것들을 기본소득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기본소득이 향후에 4차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인류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소득의 대안으로서 진지하게 검토돼야 하는데 이렇게 용어만 남발하고 있으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

-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이번 코로나19가 낳은 위기의 특징은 취약계층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등이 먼저 타격을 받고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들여다 봐야 한다.

코로나19 영향이 다른 나라에서 본격화하면서 수출 부진 등이 나중에 나타나면서 정규직이나 대기업들의 충격은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약계층이 먼저 무너지면서 이들의 어려움이 더욱 명확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사회에서 잘 보지 못했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고 어려운 부분들을 국민 전체가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글로벌화나 성장만 생각하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뒤도 돌아보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류가 좀 더 성숙한 상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채널WHO 기자 남희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