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이 인터넷TV 등 미디어사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넷플릭스’ 콘텐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와 맺었던 콘텐츠 독점제휴 계약기간이 하반기에 종료되면서 넷플릭스와 제휴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넷플릭스와 독점제휴 곧 끝나, KT SK텔레콤도 '눈독'

▲ (왼쪽부터)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23일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T와 SK텔레콤뿐 아니라 인터넷TV, 케이블TV 할 것 없이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넷플릭스와 제휴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계약을 하고 싶어하는 쪽이 많기 때문에 계약을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아 그렇지 넷플릭스와 제휴는 미디어사업자들 누구나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통신3사는 각각 경쟁자의 케이블TV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서로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라는 강력한 콘텐츠 동맹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동통신회사들이 넷플릭스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새로운 가입자 확보가 아니라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KT는 인터넷TV 등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우위를 지키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의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KT는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2019년에 이어 올해도 케이블TV기업 인수를 통한 점유율 확대를 고려하고 있어 유료방송시장에서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KT도 딜라이브, 현대HCN, CMB 등 시장에 쏟아져 나온 케이블TV기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만 콘텐츠 경쟁력 없이는 가입자들을 계속 붙잡아놓을 수 없다. 

이에 더해 최근 이용자들은 통신과 인터넷, 유료방송 결합상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유료방송 콘텐츠 경쟁력이 통신과 인터넷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자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을 키우기 위해서도 넷플릭스 등 대형 콘텐츠사업자와 제휴가 절실하다.

KT는 자체 제작 콘텐츠에 힘을 들이는 SK텔레콤 등과 달리 시즌을 여러 콘텐츠 제작자들의 작품이 들어올 수 있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시즌의 경쟁력은 콘텐츠 제작능력이 우수한 사업자들을 얼마나 많이 한 편으로 끌어모으느냐에 달려있다. 시즌은 올해 5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가 236만 명으로 넷플릭스와 3배가량, 웨이브와 100만 명 정도 차이가 나면서 경쟁 대열에서 밀리고 있다.

KT는 5월 말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주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와 제휴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KT 내부에서는 올해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기 위해 제반 논의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K텔레콤도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2019년 지상파3사와 연합해 내놓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를 중심으로 미디어사업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에 대항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료 문제 등을 두고 넷플릭스와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 자체 제작에 돈을 쏟아부으며 국내 콘텐츠시장에서 영향력을 급격하게 키우자  상황이 변했다. 

SK텔레콤도 올해 자체 제작 콘텐츠에 600억 원을 투입하며 힘을 쏟고 있지만 올해 5월 기준 웨이브는 가입자 수가 오히려 줄어든 반면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이미 NBC유니버설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고 넷플릭스 등 다른 해외 콘텐츠사업자들과도 상황에 따라 조건이 맞으면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로 인터넷TV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까지 순증가입자 1위를 유지하며 넷플릭스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본 만큼 독점계약이 끝나는 11월 이후에도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포함해 콘텐츠사업자들과 제휴는 긍정적으로 모두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한국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전체 TV 콘텐츠는 모두 1600여 편에 이른다. 넷플릭스는 2019년 한 해 동안 콘텐츠 제작에 18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