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회사들이 배송로봇과 드론 배송 등 IT기술을 활용해 당일배송·새벽배송 경쟁을 넘어 ‘실시간 무인배송’ 경쟁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시간적·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데다 인건비 부담을 낮춰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회사, 로봇과 드론으로 '실시간 무인배송' 경쟁 초읽기 들어가

▲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 드론 배송 시연행사에서 드론이 떠오르고 있는 모습. < GS칼텍스 >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회사들은 그동안 많은 물류센터와 배송인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는데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드론 등 IT 기술을 통해 배달시스템을 무인화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물류센터 같은 산업현장에서는 상품 분류 및 운반, 적재 등의 절차를 자동화하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는데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보내는 마지막 단계까지 자동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빠르게 고객 문 앞까지 배송하는가 하는 ‘속도’가 온라인 배송시장의 최대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배송할 수 있는지, 배송단가를 얼마나 낮추는지가 핵심 경쟁력이자 배송전쟁의 승부를 가르는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배송서비스가 완전 자동화되면 고객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주문하든 물류센터에서 자동으로 상품을 픽업하고 자율배송 차량으로 바로 배송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고객의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

특정지역에서 특정물품의 수요가 꾸준하다면 자율배송 차량에 물건을 싣고 다니면서 그때 그때 맞춰 드론이나 로봇으로 배송할 수도 있다.

또 시골이나 도서 산간지역 등은 배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2~3배는 더 들고 날씨나 배편 시간 등 때문에 즉시 배송이 까다로웠지만 드론 등을 이용하면 지역적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

동시에 인건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물류사업은 본질적으로 노동집약적이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비용도 급증하는 구조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인 셈이다.

중장기적으로 배송서비스의 미래는 미국 아마존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에서 엿볼 수 있다.

아마존은 무인 자율주행 차량과 드론을 이용하는 협업 배송시스템으로 특허를 받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율주행, 로봇 등 자동화 기술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로 배송 거점지역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드론이나 배송로봇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방식이다.

배달시스템을 완전 무인화하기 위해선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고객의 현관 앞까지 어떻게 물건을 배달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드론과 배송로봇이 이를 해결해줄 열쇠로 떠오른 것이다.

날씨 및 교통체증 등 주행환경 변화와 다양한 고객 불만사항, 돌발상황 등에 대응하기 위한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기술이 더욱 발달된 점도 새 배송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아마존은 무인 배송시스템을 안착하면 연간 900억 달러(약 108조 원) 상당의 물류비용을 200억 달러(약 25조 원)까지 낮출 수 있다는 내부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구글과 소프트뱅크 등 IT기업과 페덱스, DHL 등 물류기업과 같은 글로벌기업들도 각각 자율주행차량과 드론 배송기술, 배송로봇 등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유통회사들도 드론 배송과 로봇 배송서비스 등을 시범운영하며 이른 시일 안에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시장의 주도권을 틀어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인 배송시스템을 누가 먼저 시작하고 안정화하는가에 따라 온라인 유통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높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드론 배송거점으로 삼아 편의점 GS25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5월부터 드론을 활용한 산업기반을 다지기 위한 ‘드론활용의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뒤 첫 사례다.

도서 산간지역에도 생활·안전장비 물품을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운 것으로 기존에 한정된 공간에서 활용되던 배달로봇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기존에 자율주행 배송차량 및 배달로봇을 시범운영했던 곳들도 규제 문제가 아직 일부 남아있지만 추가적으로 서비스를 강화 및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이 고층 건물이 밀접한 지역에서는 추락이나 충돌 등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도심에서는 로봇배송이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건물마다 배송로봇을 배치해 무인 자율배송 차량에서 도착하면 알아서 물건을 내리고 사무실까지 배달하는 방식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5월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 시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딜리타워는 건물 안에서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면서 택배나 음료 등을 배송해주는 로봇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장에서 고객을 따라다니면서 음성인식, 매장안내, 결제기능 등을 갖춘 자율주행 카드 ‘일라이’와 자율주행 차량 배송서비스인 ‘일라이고’를 각각 시범운영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