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반지주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벤처투자 활성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인데 반대 목소리도 여전한 만큼 넘여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오늘Who] 홍남기, 위기 극복 위해 금산분리 완화 꺼냈지만 난관 많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일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반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 허용 문제를 놓고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을 인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 국가경제에 바람직하지 막는다고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겠나”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진행자가 최 전 의원의 생각이 여권에 전체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생각인지 묻자 “아시다시피 우리 민주당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분들이 많다”며 “극렬하게 반대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있긴 있다”고 대답했다.

홍 부총리가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놓은 일반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놓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를 허용하려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데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다면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득해야 하는 것도 홍 부총리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공정위는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려는 시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5월26일 열린 녹실회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일반지주사에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를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반대의견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지주회사제도는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영향으로 도입된 것인데 당시 공정위는 금산분리 원칙 등 통제장치를 전제로 일반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산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기업 총수일가가 금융사의 자산 등을 지배력 확대 수단이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업집단 내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제조업의 부실이 기업집단 내 금융사에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 대기업집단이 계열 금융사를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공정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등도 금산분리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일반지주사에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대기업집단에만 특혜를 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공정거래위원장이던 2018년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벤처캐피털에 한해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으려 했지만 반대의견을 고려해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을 완화하는 우회적 방법을 선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의 방침이 전해진 5월29일 성명을 내고 "지주회사 재벌들이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 허용을 원하는 것은 벤처기업의 인수나 투자 때문이 아니라 금산분리 원칙을 허물고 싶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홍 부총리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1%로 내놓으며 어떻게든 역성장을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만큼 정책 추진에 적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홍 부총리는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기업형 벤처캐피털과 관련해 “공정위는 일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면서도 “그동안 벤처업계에서 강도 높게 요구해온 사안”이라고 말해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기존 벤처지주회사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엄격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일반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제한적으로나마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책 추진의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