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시작으로 신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서 회장은 은퇴 전까지 신약 개발을 통해 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서정진,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로 신약개발기업 꿈 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신약 개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셀트리온에게 코로나19 치료제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성장한 바이오기업이다.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등은 모두 바이오시밀러다.

피하주사형인 ‘램시마SC’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투여방법을 개선한 바이오베터이긴 하지만 엄밀한 의미의 신약으로 볼 수는 없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에서 신약 개발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지금까지 셀트리온의 성장동력이 됐지만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신약 개발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신약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진입장벽도 낮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하락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은 현재 인플루엔자(독감) 항체신약 ‘CT-P27’ 등 7개 정도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2019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제약사인 암젠 등에 비해 직원 수는 10분의 1 수준이지만 셀트리온이 지니고 있는 항체 기술력, 생산성 등은 오히려 더 높다”며 “바이오산업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늦었지만 지금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셀트리온의 첫 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동물실험 결과는 긍정적이었고 7~8월 국내외에서 임상1/2상을 동시에 진행해 올해 안에 임상 중간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 회장은 2021년 초 임상3상을 시작해 2021년 말까지는 코로나19 치료제 출시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셀트리온에서 가장 임상단계가 빠른 독감 신약 CT-P27보다도 먼저 상용화될 수 있는 것이다. CT-P27은 임상3상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셀트리온의 개발역량은 코로나19 치료제에 집중되고 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속도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일라이릴리,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GSK 등 글로벌제약사와 비슷한 단계이고 셀트리온은 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어 개발 과정이 더 단축될 수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첫 표준치료제로 인정받았지만 약효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증 환자에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연구들도 발표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치료제는 생산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코로나19의 확산세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해져도 올해 초겨울부터 다시 확산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은 연간 19만 리터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이미 인플루엔자, 메르스의 항체치료제를 개발한 경험이 있고 생산능력 면에서도 해외 대형제약사들과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치료제는 셀트리온에 기대감을 높여도 좋을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서 회장이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온 힘을 쏟는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2020년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