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체불임금 문제를 만나 인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의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감을 지니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계속 불어나, 제주항공 인수 완주에 부담 커져

▲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이스타항공은 올해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3월부터는 아예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스타항공이 지급하지 못한 체불임금 및 각종 비용은 2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급여총액은 934억 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3개월치 급여는 233억 원 수준이고 2월에 지급되지 않은 60%의 임금을 합치면 280억 원에 가깝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1042억 원을 나타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제주항공으로서는 부실한 재무구조를 지닌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임금체불 문제까지 불거지자 인수 후 떠안게 될 재무적 부담을 고려해 이스타항공 측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변수로 상황이 어렵게 변하면서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문제가 나온 만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함께 노력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이처럼 이스타항공에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한 배경에는 제주항공의 어려운 재무적 상황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업황 악화로 재무적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항공은 1분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자산을 합해 990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월 현금 소진규모를 300억~4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어 제주항공은 2분기 말에 보유자금을 대부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제주항공 인사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항공재무 전문가인 김이배 전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을 선임한 것도 이런 재무적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1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황 악화와 이스타항공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상급노조 가입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4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 노조에 가입했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체불임금 문제와 더불어 상급단체가 있는 노조를 맞이해야 한다는 점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인력감축이나 노동조합 문제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가능하면 피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이스타항공과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인수합병 사례에서도 인수기업이 임금조정이나 구조조정과 같은 손대기 어려운 작업을 피인수기업에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제주항공으로서는 항공업계에 정부가 고용유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문제를 해결해오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으로서도 코로나19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임금문제나 인력조정과 같은 문제가 선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수 포기까지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