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온라인사업을 강화하면서도 기존 이커머스업체들처럼 적자 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유통부문의 전사적 역량을 담아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발 늦게 온라인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 롯데 유통부문이 ‘이커머스 공룡’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살펴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최석철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인물중심, 기업분석! 안녕하십니까. CEO톡톡 곽보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유통사업에 얼마나 절박감을 지니고 있는지, 왜 그 결단이 늦을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롯데그룹이 새로운 분야에서도 (유통)강자가 될 수 있는지 그 변화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와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최석철 기자(이하 최):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입니다.
 
곽: 신동빈 회장이 올해 롯데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실함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유통공룡’ 롯데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얘기겠지만 그것은 오프라인이고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아직도 후발주자,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 분명 롯데그룹이 후발주자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아직 국내 이커머스시장이 여전히 성장기라는 점에서 기회는 남아있습니다.

상위 이커머스업체들도 아직 시장점유율 10% 내외를 차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경쟁해 볼 여지는 있습니다.
 
곽: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커졌습니다. 

하지만 미국 아마존처럼 아직은 한 기업이 독식하기보다는 서로가 조금씩 경쟁하고 있는 모습,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쿠팡 정도가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신동빈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쿠팡과는 경쟁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목소리를 냈는데요.

최: 네. 재벌그룹 총수가 덩치로는 비교할 수 없는 쿠팡을 콕 집어 언급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데요, 사실상 현재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적자를 보는 기업은 롯데그룹이 나아갈 방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곽: 그런 부분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이 지향하는 온라인사업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사업에서 다른 이커머스기업과 진흙탕 싸움을 하지 않고 수익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늘리는 방향의 전략을 짜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에서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최: 한발 늦게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앞선 이들을 단순히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하겠다는 겁니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그룹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게임체인저’ 역시 ‘판’을 바꿔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곽: 결국 기존에 롯데그룹이 지니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온라인에  연결시키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것 같은데요. 

‘옴니채널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오프라인 고객이 온라인을 찾도록 하고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유기적 연결방식의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롯데그룹이 대기업으로서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자금력을 투자하면서 이 전략을 추진한다면 좀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 맞습니다. 롯데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유통사업에 12조 5천억, 온라인사업에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전국에 촘촘히 깔려있는 유통망과 물류 네트워크, 빅데이터 등의 기본 인프라를 따져보면 기존 이커머스업체와는 비교가 안 될 수준입니다.

곽: 하지만 단순하게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유통그룹들도 옴니채널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면서 여러 움직임을 보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롯데그룹은 이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려면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최: 롯데쇼핑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의 30%를 폐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약 700여 개 가운데 200여 곳을 폐점하는 건데요. 1979년 롯데쇼핑이 세워진 뒤 약 40년 만에 처음 진행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입니다.
 
곽: 점포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인사에도 변화가 있었던 거 같아요. 

최근 인사를 살펴보면 롯데쇼핑의 전권을 강희태 롯데 유통BU장에게 모두 맡기는 인사를 진행했는데요. 

이 인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최: 롯데쇼핑은 그동안 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 여러 사업 부문별 대표이사체제로 꾸려져 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사업 추진력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변화를 앞두고선 강희태 1인 대표체제가 이런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곽: 그리고 사업부문을 살펴보면 롯데쇼핑 온라인부문에 새롭게 시작하는 모바일 플랫폼 ‘롯데ON’이 있는데요.

롯데그룹이 지닌 모든 자산을 역량을 온라인쇼핑에 모아보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롯데ON’은 정확히 뭔가요?

최: 롯데온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 (롯데닷컴, 하이마트, 롯데프리세, 롭스) 7개 유통채널의 쇼핑몰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모바일앱입니다.

롯데그룹은 ‘롯데ON’을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을 지금의 3배인 20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곽: 롯데그룹이 야심찬 계획들을 세우고 있지만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소비심리가 움츠러든 시기라 오픈 시기도 뒤로 미뤄지고, ‘개업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계획들은 여기까지 살펴보고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인수합병 전략을 많이 사용했었는데요. 왜 온라인사업에서는 성공사례도 많은 인수합병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건가요?

최: 롯데의 유력 이커머스 인수합병설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11번가와 티몬, 이베이코리아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롯데그룹이 단골 인수후보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인수를 검토한 바도 있지만 최종 결론은 자체 경쟁력 강화로 끝났습니다.

곽: 네. 그렇군요. ‘유통공룡’이라고 불리던 롯데그룹이 새로운 사업분야를 준비하면서 그 방향성과 내용이 잡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커머스시장의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실수하게 되면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롯데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사업이 흘들리지 않아야 호텔, 화학 등의 다른 사업들도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롯데그룹은 ‘잘 하는 것만 하는 그룹’이 아니라 ‘잘 해내야 하는 그룹’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통사업 부진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