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에서 무소속 김태호 후보가 미래통합당 강석진 후보와 맞붙는다.

김 후보는 고향인 거창에서 높은 지지세와 정치적 중량감을 믿고 무소속 출마했지만 같은 거창 출신의 지역구 현역의원 강 후보를 상대로 3선 고지에 오르는 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산청함양거창합천 무소속 김태호, 통합당 강석진 상대로 재기전 '험난'

▲ 미래통합당 강석진 후보(왼쪽)와 무소속 김태호 후보.


8일 경남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가 이번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정계로 복귀하지 못하면 앞으로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 후보는 경남도지사와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최고위원,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등 화려한 정치경력을 지녔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 불출마했고 2018년 경남도지사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4년의 정치적 공백기를 보냈다. 

여기에 통합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까지 감행한 만큼 김 후보에게 이번 총선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 후보는 6일 거창군 거창읍의 거창시장에서 벌인 거리유세에서 무릎까지 꿇고 고향의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거리유세에서 “태호가 이번에 마지막 정치 생명을 걸었다”며 “고향의 변화를 이끌고 (통합)당에 들어가면 (통합)당의 리더십을 새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반드시 새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역구 상대후보인 통합당 강석진 후보와 비교해 정치적 중량감에서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혜훈 통합당 의원이 3월2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탈락시켰는데 유명하고 인기 있는 사람들은 다 배제되는 이상한 선거가 되고 있다"며 "(통합당에서) 선거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통합당의 대표적 중진 정치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름값'과 달리 지역구 현역의원인 통합당 강석진 후보를 상대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국회의원 후보 지지율은 통합당 강석진 후보 36.5%, 무소속 김태호 후보 29.4%로 집계됐다.

3월29일 진행된 케이에스오아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에서 강 후보는 35.7%, 김 후보는 34.9%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김 후보와 강 후보의 신경전이 거세다.

강 후보는 그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들을 토대로 지지율에서 김 후보에 앞선다며 ‘대세론’을 내놓고 있다.  

이에 김 후보는 4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MBC경남이 케이에스오아이에 의뢰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는 35.7%, 김 후보는 34.9%를 보여 두 후보 사이 지지율 격차는 0.8%포인트로 조사됐다”며 “강 후보는 여론조사를 침소봉대하고 지역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여론 호도식 선거전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고향인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출마하기로 정하고 정치적 재기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후보에게 통합당 험지로 꼽히는 창원 성산구 출마를 요청했고 김 후보가 이를 거부하자 김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김 후보는 3월8일 통합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뒤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강 후보는 거창 출신으로 거창군수를 지냈다는 점에서 김 후보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영남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신한국당 당직자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비서실장,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 등을 지냈다.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선 1996년 15대 총선부터 거창 출신 후보가 줄곧 지역구 금배지를 달았다. 

거창이 다른 지역과 선거구 통합이 이뤄진 15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거창 출신의 이강두 전 의원과 신성범 전 의원, 강석진 의원이 당선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는 김 후보와 강 후보 외에 더불어민주당 서필상 후보와 민생당 김운향 후보, 우리공화당 박영주 후보, 민중당 전성기 후보, 국가혁명배당금당 김태영 후보 등 모두 7명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KBS 의뢰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6.9%,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케이에스오아이 여론조사는 3월29일 경상남도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7.5%,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4.3%포인트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