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주요 주주들과 협의를 거쳐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결정하며 오랜 경영위기를 딛고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

KT가 그룹 내부에서 비중 있는 인물로 꼽히는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을 앞세워 케이뱅크 육성 의지를 보여주고 주주들을 설득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늘Who] 이문환 향한 신뢰, 케이뱅크 주주 참여 증자로 기사회생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


케이뱅크는 6일 이사회에서 5949억 원 규모의 신주발행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방식이다.

케이뱅크 주요 주주들이 케이뱅크 경영 정상화에 뜻을 모아 유상증자에 동의한 것으로 주요 주주사인 KT가 사실상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 유상증자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케이뱅크 대주주는 우리은행과 KT, NH투자증권, 케이로스, 한화생명보험, GS리테일, KG이니시스, 다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6일 기준으로 5051억 원에 그쳐 신용대출 등 많은 자본이 필요한 업무를 중단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고전했고 연간 적자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6월 중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자본금이 약 1조1천억 원까지 늘어 경영 정상화는 물론 자본금 약 1조8천억 원을 갖춘 카카오뱅크와 맞경쟁을 노릴 수도 있게 된다.

KT가 내부에서 비중 있는 인물로 꼽히던 이문환 행장을 내세워 케이뱅크 육성 의지를 재확인한 점이 기존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로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행장은 최근 2년 동안 KT 계열사인 BC카드 대표이사를 맡다 3월 말 케이뱅크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에 오른 만큼 금융회사 경영 경험이 있고 KT에서 능력도 충분히 인정받은 인물이다.

2012년 처음 임원에 올라 전략기획실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등 요직을 거치며 2년마다 한 번씩 승진해 사장까지 오른 인물인 만큼 케이뱅크 행장에 오를 때부터 내부적으로 높은 기대를 받았다.

결국 이 행장이 정식 취임 뒤 약 일주일만에 주요 주주들이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이끌어내면서 KT가 비중 있는 인물을 앞세워 설득에 나선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심성훈 전 행장 시절부터 주주들과 유상증자에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써왔다.

KT가 케이뱅크 지분을 10% 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여부가 불투명해 KT가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자본 확충을 이끌기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 결정으로 케이뱅크가 KT의 참여 없이도 다른 주주들을 통해 사업 정상화에 충분한 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된 만큼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5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KT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통과가 무산된다면 KT가 인수하지 못하는 실권주는 다른 주주사들이 나눠서 사들이게 된다.

KT가 계열사인 BC카드를 활용해 KT가 사들이지 못하는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행장이 KT와 BC카드를 모두 거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무산되는 상황을 대비해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계열사 사이 논의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케이뱅크가 유상증자에 성공한 뒤 본격적으로 재도약을 추진하게 되는 만큼 이 행장이 수립하고 실행할 사업 전략도 중요하다.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뱅크' 설립 인가를 받아 진출을 준비중인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맞경쟁에서 다자 경쟁구도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도 오픈뱅킹 시스템 도입 등을 계기로 모바일앱과 핀테크 기술 경쟁력을 높여 인터넷전문은행과 사실상 맞대결을 앞둔 만큼 경쟁환경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행장은 KT에서 클라우드와 같은 신사업을 담당하는 등 정보통신과 디지털 기술 분야에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케이뱅크 행장 선임이 이런 능력을 증명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케이뱅크 이사회는 이 행장을 선임하며 "금융과 정보통신기술 융합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해 케이뱅크의 여러 현안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