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와 ‘요기요’와 ‘배달통’을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DH) 사이 기업결합 심사에 더욱 엄격한 공정경쟁 잣대를 들이댈까?

조 위원장은 지금껏 혁신기업에 관해 긍정적 태도를 보여왔으나 배달의민족의 독과점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공정위 본연의 역할인 '공정경쟁 확립'에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성욱, 배달의민족 독점 논란에 배달앱 결합 엄격한 잣대 댈 가능성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6일 정치권과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배달의민족을 둘러싸고 확산되는 독과점 논란이 공정위의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나온다. 

배달앱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수수료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해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독과점 논란에 방점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1일 '제19회 공정거래 날' 기념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기업결합심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이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조 위원장은 혁신산업에 공정한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소신을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말한 바 있어 배달앱시장의 독점 여부를 폭넓게 판단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공정위는 공정경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기업결합 심사에서 독점여부를 판단하는 시장 획정을 가장 중요하게 검토한다.

딜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 사이에 기업결합은 음식배달앱 시장만을 놓고 보면 독점에 해당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기준 국내 배달앱시장에서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55.7%,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이 각각 33.5%, 10.8%로 시장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배달앱시장을 새롭게 열리는 혁신시장으로 보고 배달시장 전체로 시장을 획정하면 온라인 배달 플랫폼업계가 포함돼 경쟁시장으로 바라볼 여지가 생긴다.

공정위는 2008년 비슷한 사례인 이베이코리아와 지마켓의 오픈마켓 기업결합을 두고 네이버 등 다른 온라인 플랫폼기업이 온라인쇼핑시장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경쟁 제한성이 낮다고 판단해 승인한 바 있다. 당시 기업결합을 통해 이베이코리아가 차지하게 될 오프마켓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르렀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독과점 논란이 정치권에서 확산되며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사이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공정경쟁 측면이 더욱 큰 비중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시장과 대·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에게 미친 파급효과를 세밀하게 살펴보고 경제적 어려움이 이들 약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는 2019년 12월19일 기자간담회에서 배달의민족과 타다를 혁신 사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이 발생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배달의민족과 관련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본부장은 6일 "배달의민족 수수료 부과체계와 독과점 극복을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며 "우리 당 우원식 의원이 특별법을 통해 규제하겠다고 했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배달의민족 독과점 문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일 페이스북에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날을 세우며 자체 배달앱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우아한형제들은 1일 배달의민족 배달수수료 정책을 바꾸자 이에 소상공인협회를 중심으로 '수수료 인상'이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이날부터 8만8천 원의 월정액 제도인 '울트라 콜' 중심의 정액제 수수료체계에서 주문이 성사될 때마다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배달앱기업의 매출과 수익이 급증했음에도 수수료체제 변경으로 소상공인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일 성명을 통해 "배달의민족이 기존 월 8만8천 원 수준의 '울트라콜' 중심의 요금체계를 정률제로 바꾼 것은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라며 "공정위가 진행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 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배달의민족 측의 이러한 꼼수 가격 인상에 관해 상세한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독과점 횡포 논란이 거세지자 대책 마련 등을 약속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6일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장님들의 말씀과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여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즉시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