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정부의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전기요금 인상도 포함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펼쳤던 논리가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하락 등으로 모두 힘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총선 뒤 전력수급계획에 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 포함할지 장담 못 해

▲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4월15일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에는 앞으로 15년 동안의 전력계획을 정해 공개된다. 원자력, 석탄화력, LNG, 신재생에너지 등 비중을 정하고 이를 위한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지난해 결정됐어야 할 계획이 한차례 미뤄진 것은 이번 기본계획에 전기요금 인상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큰 관심을 모았던 전기요금체계의 개편의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한 것 등 그동안 공익을 위해 부담을 졌으니 이제는 전기요금 인상을 조금해서 정상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논리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특별재난지역의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별재난지역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4월부터 6개월 동안 50% 감면하고 그 밖의 지역의 소상공인 및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요금 납부를 3개월 연장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지원자금은 추가경정예산에 730억 원을 포함해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국전력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전력의 부담이 적으니 전기요금 인상 개편안에 힘이 실릴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또 미세먼지 감축과 관련해 석탄발전소를 줄이는 비용을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분담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부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하고 발전출력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석탄발전 8~15기의 가동을 중지하고 최대 49기에 발전출력을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정책을 실시했다.

대신 LNG 발전을 통해 필요한 전력을 더 채워야하는데 LNG 발전단가가 석탄보다 비싸기 때문에 산업부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산업부는 2월 말 "미세먼지 고농도시기 특별 대책기간이 종료되는 3월 말 이후 석탄발전 감축에 소요된 비용을 면밀히 산정한 뒤 전기요금 반영 필요성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도 지난해 11월 "올 겨울 미세먼지 대책에 따라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 등 발전량이 많이 늘면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도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부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서 이처럼 긍정적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연구원은 "당장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소요 비용과 관련한 대책은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최근 폭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는 LNG 가격도 크게 하락하면 기존에 저렴했던 석탄 가격보다 LNG 가격이 더 싸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한때 19.92달러에 거래돼 20달러 아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1월 배럴당 60달러대였던 유가가 3개월 만에 66% 하락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