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들이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를 높이며 고객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의 대출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제로금리에도 예금금리 오히려 올리는 까닭

▲ (왼쪽부터)임진구, 정진문 SBI저축은행 각자대표이사와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이사.


5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3일 기준 저축은행업권 전체 평균 예금금리(만기 12개월)는 1.91%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떨어졌던 3월17일 1.90%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한 뒤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빠르게 0%대로 낮아졌지만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저축은행 자산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은 3월27일 정기예금 이자율을 0.3%포인트 인상한 2.0%로 책정했다.

만기가 12개월 이상, 24개월 이상, 36개월 이상인 상품에 상관없이 금리가 모두 연 2.0%다.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연 2.1% 금리를 준다.

OK저축은행도 ‘OK안심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연 1.9%에서 2.1%로 0.2%포인트 높였다.

반면 한국은행이 3월31일 발표한 ‘2020년 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권 저축성 수신금리는 0.11%포인트 내린 1.43%로 집계됐다. 2016년 10월 1.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된 3월 집계치는 이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출 문의가 많아 대출 수요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예금을 늘리고 있다”며 “금리를 0.1%포인트만 높여도 자금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이 일제히 예금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상승은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된 것과 관계가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대출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평소 캐피털사를 통해 대출을 많이 받는다.

캐피털사들은 자기자금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대출 수요를 충당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회사채 발행금리가 크게 올라 사실상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캐피털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중소기업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렸고 대출여력을 높이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예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데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주된 거래고객들이 예·적금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리 노마드족’이란 점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은 자산담보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 등 예·적금 이외의 방법을 통해 예수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예·적금 유치 등 고객 영업을 중심으로 예수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의 금리가 낮아지면 이들의 이탈이 시중은행보다 클 수 있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유지하면 시중은행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두 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가 좋지 않아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출금리가 낮아져도 여전히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이 저축은행의 주고객인 상황에서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 이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