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우수한 중앙처리장치(CPU)를 앞세워 기존 강자 인텔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AMD는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인 만큼 AMD가 세력을 넓힐수록 TSMC는 파운드리 우위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등 경쟁자들과 차이를 벌릴 것으로 보인다. 

◆ 성능 앞세워 중앙처리장치 1등 노리는 AMD

2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AMD는 최근 인텔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AMD가 CPU 기세 무서워, 위탁생산 대만 TSMC는 삼성전자에 여유

▲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IT매체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독일의 대표적 유통업체 마인드팩토리가 1~2월 판매한 중앙처리장치 가운데 AMD 제품이 86%가량을 차지했다. 2017년 초까지 점유율 20%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대폭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인텔 대신 AMD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두 기업 제품들의 성능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AMD는 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7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 ‘라이젠 4000H’ 시리즈를 공개했다. 뒤이어 3월에는 4000H 시리즈에서 가장 사양이 높은 ‘라이젠9 4900HS’를 선보였다.

IT매체 PC월드는 라이젠9 4900HS를 탑재한 노트북과 인텔의 동급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 ‘i9-9880H’가 적용된 제품들을 비교한 결과 라이젠9 4900HS 쪽이 더 높은 벤치마크(연산성능 수치화) 점수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PC용 중앙처리장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AMD는 2019년 7월 ‘라이젠9 3900X’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인텔의 최상급 PC용 중앙처리장치 ‘i9-9920X’보다 연산속도는 더 빠르면서 오히려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규모에서 아직 AMD는 인텔에 미치지 못한다. 시장 조사기관 패스마크가 현재 사용되는 중앙처리장치를 기준으로 집계한 2020년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인텔(66.7%)이 AMD(33.2%)에 한참 앞서 있다. 

하지만 AMD가 최근 인텔보다 성능이 우수한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인텔이 우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인텔이 반도체 미세공정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AMD가 7나노급 제품을 상용화하고 5나노급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는 반면 인텔은 아직 10나노급 공정 전환도 완벽하게 추진하지 못했다. 인텔이 4월 말 공개하는 PC용 반도체 ‘코멧레이크-S’는 14나노급 공정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레이더는 미국 증권사 노스랜드시큐리티스를 인용해 “AMD는 매 분기마다 인텔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가져와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더 많은 중앙처리장치를 판매하게 될 것”이라며 “인텔의 2020년 전망이 어둡다”고 보도했다.

◆ AMD 성장에 웃는 TSMC

인텔과 AMD의 중앙처리장치 대결은 TSMC의 실적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인텔은 자체적으로 중앙처리장치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반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MD는 스스로 반도체를 만드는 대신 파운드리기업에 일감을 맡긴다.
 
AMD가 CPU 기세 무서워, 위탁생산 대만 TSMC는 삼성전자에 여유

▲ TSMC 반도체 공장 내부. < TSMC >


현재 AMD는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에 대부분의 반도체를 위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MD가 인텔과 경쟁해서 더 많은 중앙처리장치 수요를 확보하면 자연히 두 기업에 맡겨지는 반도체 일감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AMD의 성장에 따른 수혜는 대부분 TSMC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AMD의 최신 반도체는 7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되는데 7나노급 공정은 TSMC 2019년 4분기 매출에서 35%를 차지했을 만큼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AMD는 7나노급 반도체를 앞세워 TSMC 최대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IT매체 WCCF테크에 따르면 AMD는 2020년 7나노급 반도체 주문을 2배가량 늘리면서 하반기부터 TSMC 7나노급 공정 생산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도 장차 AMD의 반도체를 수주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TSMC 이외에 유일하게 7나노급 공정을 제공하는 기업이고 AMD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서 협력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AMD가 오랫동안 TSMC과 협력했고 아직 인텔보다 반도체 필요량이 비교적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AMD가 이른 시일 안에 새로운 파운드리를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가 AMD의 반도체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어 2024년까지 AMD가 파운드리업체를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결국 AMD의 성장과 함께 TSMC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지위가 굳건해지는 셈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1분기 기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54.1%를 보였다.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 일감의 절반 이상을 독차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TSMC와 비슷한 미세공정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 19.1%로 2위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두 기업의 점유율 차이는 2019년 1분기 29%포인트에서 2020년 1분기 38.2%포인트로 확대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