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 위기를 내세워 KDB산업은행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차입금 상환기일 연장 및 회사채 지급보증 등 유리한 조건을 얻어낼 수 있을까?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7일 예정이었던 1조4665억 원 규모 유상증자 자금납입일을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바꿨다.
 
HDC현대산업개발,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지원 SOS 보내나

▲ 정몽규 HDC그룹 회장.


HDC현대산업개발은 2차례에 걸려 2조1772억 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3228억 원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기로 했지만 첫 단계부터 미뤄진 것이다.

중국과 한국 등에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하지만 코로나19로 이 일정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일정이 미뤄지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점차 커지는 인수부담을 내세워 산업은행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HDC현대산업개발에게 코로나19로 항공업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은 인수부담이 커지는 ‘악재’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측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언덕’이 되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산업은행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만큼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인수계약 조건을 변경해주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으로선 현재 아시아나항공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다시 인수후보를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조 단위의 자금회수 가능성이 더 낮아지게 되는 만큼 부담이 상당하다.

특히 최근 산업은행이 이스타항공에 인수자금을 지원하고 두산중공업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희망을 품게 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측에 요구할 수 있는 지원방안으로는 차입금 상환 연장과 회사채 인수를 통한 신용보강 등이 꼽힌다.

차입금 상환 연장은 아시아나항공이 1차 유상증자로 확보하게 되는 1조4665억 원 가운데 1조1745억 원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하려 했었지만 이를 뒤로 미루는 방안이다.

산업은행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자금 회수를 최우선 순위로 뒀지만 자칫 자금회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차입금 상환기일이 연장된다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납입일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항공사의 항공운임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아시아나항공을 대상으로 한 채무 조기상환 요구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현금흐름이 틀어막히게 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은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겠지만 자산유동화증권 관련 조기상환이 발생하면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운용하고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유동성 리스크가 큰 회사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의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과 대한항공 등이 유력한 지원대상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도 이 지원대상에 오르면 유동성 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마’를 놓고 산업은행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배짱 대결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HDC현대산업개발로서도 얻는 것 없이 손해만 보는 만큼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