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이 미래차시장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기아차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았다. 

송 사장은 그동안 유럽법인장 등을 거치며 쌓았던 노하우를 살려 전동화모델 중심으로 기아차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유럽 잘 아는 송호성, 기아차 맡아 친환경차 대전환 이끈다

▲ 송호성 기아자동차 담당 사장.


27일 기아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송 사장이 기아차의 새 사령탑에 오른 것은 그가 기아차의 중장기 미래전략인 ‘플랜S’를 속도있게 추진하기 위한 적임자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플랜S는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 등을 뼈대로 하는 기아차의 미래 청사진이다.

4월1일부로 기아차 고문으로 물러나는 박한우 대표이사 사장이 1월에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설명회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직접 밝혔다.

플랜S에 따르면 기아차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에서 모두 11개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판매량의 25%를 친환경차로 채우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순수전기차로 달성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기아차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만 글로벌 판매량의 4분의 1을 채우겠다는 것은 다소 공격적 목표다.

2019년 기준으로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 가운데 6%만이 친환경차다. 글로벌 전기차시장 점유율도 2019년 기준으로 2.1%에 불과하다.

기아차가 미래비전을 밝힌 지 두 달여 만에 사령탑을 교체한 것은 이런 성장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동화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하기로 한 만큼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유럽시장의 전문가를 새 사장으로 발탁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은 지속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전동화모델 출시를 압박하고 있다.

송 사장은 기아차에서 유럽시장과 수출전략을 오랜 기간 담당한 '유럽 전문가'이자 '전략 전문가'다.

2007년 기아차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프랑스판매법인장을 맡았다.

2년여 동안 프랑스판매법인장으로 일하며 유럽시장 공략에 선봉장 역할을 했는데 당시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업황 속에서도 준중형차 ‘씨드’를 프랑스 인기 차종으로 만들어내는 등 성장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판매법인장 생활을 마친 뒤에는 서울 본사로 돌아와 수출기획실장을 맡으며 기아차의 수출전략을 짜는데 기여했다.

상무 시절인 2013년 9월에는 유럽법인장으로 발령받아 기아차의 유럽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송 사장은 당시 기아차의 기대에 정확하게 부응했다.

2013년 9월부터 2017년 말까지 4년여 동안 유럽법인장을 맡는 동안 기아차는 유럽에서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2013년만 해도 기아차의 연간 유럽 판매량은 33만7972대였지만 2017년에는 41만2604대까지 늘었다. 4년 만에 판매량이 22% 넘게 증가한 것이다.

기아차의 유럽 성장세는 현대기아차가 연간 유럽에서 100만 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게 된 초석으로도 작용했다.

송 사장은 이런 공로들을 인정받아 2018년 사업관리본부장으로 복귀했고 이후에도 글로벌 사업전략 구상에 지속적으로 기여했다.

송 사장은 2019년 12월 56회 무역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송 사장의 훈장 포상을 놓고 “유럽시장 직영법인화를 통해 수익을 내재화하고 판매망을 정비해 딜러 역량을 강화했으며 고수익 SUV 판매 확대를 통해 수출단가를 개선했다”며 “고객 수요에 최적화한 상품 전략을 수립해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 2018년 미국 친환경차 판매 2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송 사장의 이런 면면들을 놓고 볼 때 친환경차에 집중하는 유럽시장을 잘 꿰고 있으며 관련 전략 수립에도 역량을 보였던 만큼 앞으로 기아차의 패러다임 전환에 여태껏 쌓아온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