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코로나19로 급감하고 있는 공항 입점 기업들을 위해 임대료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면세점업계의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착한 임대인’이 돼 기업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주기에는 코로나19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실적도 장담할 수 없어 구 사장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공항공사 '내 코가 석 자', 구본환 '착한 임대인' 되기 쉽지 않아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2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에 대응해 내놓은 대책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점 임대료를 무이자로 3개월 유예해준다는 결정을 내놓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 3개월이 지난 뒤 밀린 임대료를 모두 내야한다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이제 막 유럽과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 이용객들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점의 특성을 감안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에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임대료 인하에 나섰지만 상업시설 임대료의 10% 정도인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임대료는 감면 대상에 포함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는 3개월 동안 무이자로 유예해준다는 대책을 내놨다.

중견기업인 SM면세점은 26일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며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돼 비용 절감을 위해 시내면세점을 닫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해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업계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국제공항은 코로나19 사태로 2001년 개장 이후 최저 이용객을 새로 쓰고 있다. 

24일에는 인천국제공항 하루 이용객은 9316명 보였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연 이후 1만 명 미만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확산했을 때 하루 이용객이 2만7천 명을 보였던 것보다도 훨씬 적다. 

이처럼 공항 이용 여객 수가 급격히 줄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연간 여객이 2019년보다 70% 가량 급감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늘어나는 여행객과 면세 수요에 힘입어 그동안 해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증가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4년 매출 1조7545억 원, 2015년 1조9405억 원, 2016년 2조2413억 원, 2017년 2조4991억 원, 2018년 2조7268억 원 등 해마다 10% 안팎으로 늘어난 매출을 거둬왔다. 

영업이익도 해마다 늘어 2014년 890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9년에는 상반기에만 6596억 원을 거뒀다. 순이익도 2014년에 2942억 원이었던 것이 2019년에는 상반기에만 4496억 원으로 늘어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순이익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9751억 원의 채권을 발행해 순이익 감소분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악화하는 실적을 우려해 관련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공을 정부에 떠넘기고 정부는 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실적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서로 결정을 떠넘기고만 있다”고 말했다.

한국면세점협회가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면세점 매출은 1조102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월 거둔 2조247억보다 45.5% 줄었다. 2019년 2월 1조7415억 원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36.69% 감소했다.

면세점 이용객도 175만 명으로 2020년 1월 383만 명이 이용했던 것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면세점업계는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 세계적으로 확산된 3월에는 2월보다 더 악화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여객의 추세와 인천공항 입점 매장의 영업상황 등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소통하면서 추가적으로 임대료 감면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