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라는 세계적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박 사장은 코로나19가 ‘대면사회’에서 ‘비대면사회’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업무혁신 등을 통해 비대면사회를 준비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사회'에서 SK텔레콤 기회 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27일 SK텔레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SK텔레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진행해온 재택근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는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현재는 매우 원활하게 재택근무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사무실 근무도 장점이 있지만 출퇴근 시간 절약, 업무 집중도 향상 등은 확실한 재택근무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IT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두고 코로나19가 ‘비대면사회’로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는 전 직원 ‘무기한 재택근무’를 결정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정호 사장은 이런 사회적 변화가 SK텔레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업무혁신의 측면에서 SK텔레콤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디지털 워크’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은 26일 열린 SK텔레콤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변하고 비즈니스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SK텔레콤은 이번 사태에서 선도적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일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전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하나 둘씩 재택근무를 종료하는 상황에서도 SK텔레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선도적으로 재택근무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비대면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얼마 전 T전화 그룹통화 기능을 이용해 100명의 임원들과 전화회의를 했는데 이런 것은 현재 국내에서 SK텔레콤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면서 “미리 추진해 온 클라우드PC를 비롯한 여러 가지 ‘디지털 워크’ 시스템 덕분에 일 진행에 큰 무리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의 이런 행보는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업무혁신’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최 회장은 24일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재택근무와 관련해 지속적 연구와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체계적 ‘워크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정호 사장이 SK텔레콤의 전면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장기적으로 현재 대면 중심으로 진행되는 업무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의 ‘비대면사회’ 준비는 업무혁신의 영역 뿐 아니라 통신서비스를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사태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은 고객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취미활동을 즐기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사교활동까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SK텔레콤은 2019년 11월 새로운 가상현실(VR) 서비스 ‘버츄얼 소셜 월드’를 출시하면서 “버츄얼 소셜 월드의 궁극적 목적은 SF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이 현실의 모든 활동을 가상세계로 확장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 서비스를 가상현실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일반 모바일 환경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22일 업데이트했다.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현실에서 만난 것처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점점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교육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TV의 홈스쿨링 콘텐츠를 확장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고객을 위해서 4월17일까지 ‘홈힐링 특별관’을 편성하는 등 고객들이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통신 트래픽은 증가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동통신사의 실적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대면접촉 감소에 따른 온라인 활동 증가로 데이터 소비와 주문형 비디오(VOD)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통신 트래픽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며 “코로나사태 이후 중국, 유럽, 미국 등 세계적으로 통신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