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을에서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3파전을 벌인다.

민 의원은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비롯된 각종 논란을, 정 전 사장과 이 의원은 진보 지지세 분산을 극복해야 한다.
 
인천 연수을 통합당 민경욱 인지도 높아, 정일영 이정미 단일화가 열쇠

▲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일영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 정의당 이정미 의원.


27일 인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연수을 선거구는 보수정당 후보인 민 의원과 진보로 분류되는 정당 후보인 정 전 사장, 이 의원의 '1강 2중' 대결 구도가 짜여진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소프트뱅크가 중부일보의 의뢰를 받아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시행한 연수을 지역구 여론조사를 보면 민 의원은 44.1%, 정 전 사장은 25.8%, 이 의원은 19%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20대 총선 때도 민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와 비슷한 44.35%의 득표율을 보였다. 당시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가 각각 37.05%, 18.58% 표를 받았는데 두 당으로 지지세가 갈려 보수 후보인 민 의원이 이득을 봤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양대 정당 이외 후보이지만 득표력이 상당한 이정미 의원이 선거에 뛰어들며 20대 총선의 결과가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민 의원은 1강 2중 구도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만큼 공천 과정에서 나온 논란들이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은 통합당 공천관리위로부터 두 번이나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두 번 모두 당 지도부의 개입으로 구제돼 공천을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민 의원을 살리기 위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합당 공천관리위가 애초 민 의원의 공천 배제를 결정한 데는 그의 언행이 구설에 자주 올랐다는 점과 선거운동 중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실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민 의원은 KBS 앵커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박근헤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에서 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와 비슷한 경력의 다른 정치인들보다 언론 노출 기회가 많았는데 구설에도 자주 올랐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 대변인으로 브리핑을 하던 도중 “난리 났다”고 말하며 웃은 일이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지역구 주민 앞에서 침은 뱉은 행동이 공개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8년 말 연수구 주민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민 의원이 인사를 하길래 응답하지 않았는데 거듭 인사를 청하자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잘 지내고 있디’라고 대답했더니 민 의원이 고개를 돌려 침을 뱉었다는 내용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민 의원은 그 다음 날 성명을 내고 “비염이 도져 코가 나와 돌아서 침을 뱉었다”며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밖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일도 자주 지적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에 허위사실을 올려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돼 통합당 공천관리위가 민 의원의 공천취소를 최고위에 요청한 일도 있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이런 사례가 부적격 요소로 거론돼 공천관리위가 민 의원을 배제했는데도 통합당 지도부가 민 의원의 공천을 확정하며 지역에서 부정적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연수을 부동층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일영 전 사장과 이정미 의원이 진보 표심 분산을 극복하고 민경욱 의원을 꺾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등 선거연대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터라 진보 표심 분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연수을이 보수성향이 강해 민 의원의 지지율이 적어도 40% 선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진보 표심 분산은 정 전 사장이나 이 의원 모두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 전 사장과 이 의원, 두 후보는 먼저 진보층 지지를 확보해 연수을의 ‘진보층 대표후보’를 선점하는 일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와 달리 총선 본선에서는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해 유권자들이 최선호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차선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자주 나타나는데 두 후보 가운데 확고한 우위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유권자들이 강세를 보이는 쪽을 더 많이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정 전 사장과 이 의원 모두 연수을의 지역발전 공약을 내걸며 뛰고 있다.

정 전 사장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품도시 완성을 위해 미래 청사진을 실행해 나가겠다”며 10대 공약을 내놨다. 그의 공약에는 원스톱 교육 특구 추진,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B 노선 조기 착공,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조기 착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송도를 아시아의 뉴욕으로, 연수를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과 남부광역급행연결, 제2공항철도 KTX 송도역 연결 등 수도권 교통혁명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아이소프트뱅크 여론조사는 인천 연수을에 사는 만18세 이상 유권자 52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4.3%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