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호랑이 얼굴에 덩치 커진 기아차 쏘렌토, 힘 세고 똑똑해져

▲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

‘새로운 시대의 라이프 플랫폼.’

기아자동차는 TV광고를 통해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최적화한 차로 4세대 쏘렌토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넉넉한 공간과 스포티한 주행성능 등 차량의 기본요소뿐 아니라 전면부의 강인한 디자인과 절제된 내부 디자인의 감성적 요소까지 모두 소비자를 사로잡는다고 자신한다.

기아차의 자신감이 사실인지 4세대 쏘렌토를 직접 시승해 확인했다.

◆ 4세대 쏘렌토의 앞모습은 영락없는 호랑이, 덩치도 커져

26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서울에서 미디어 대상 기아차의 4세대 쏘렌토 시승행사가 열렸다.

4세대 쏘렌토는 17일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통상적으로 출시행사와 동시에 시승행사가 열리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시승은 마리나서울에서 경기 양주에 위치한 한 카페까지 왕복 약 93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스마트스트림 D2.2엔진과 스마트스트림 습식 8단 DCT(더블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된 6인승 모델 가운데 최고급 트림(세부사양 등에 따라 나뉘는 일종의 등급)인 시그니처모델이 시승차량으로 제공됐다.

20인치 콘티넨탈 타이어가 장착됐으며 전자식 일시사륜구동(4WD) 시스템도 적용돼 있었다. 평소에는 앞바퀴굴림으로 가다가 동력이 필요할 때 뒷바퀴까지 함께 굴리는 방식이다.

공식 출시 이후 TV와 인터넷 광고에서 여러 차례 접한 새 쏘렌토의 외관을 직접 살펴보니 특유의 디자인이 잘 계승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승기] 호랑이 얼굴에 덩치 커진 기아차 쏘렌토, 힘 세고 똑똑해져

▲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의 전면부. 호랑이 코 모양의 그릴에 호양이 눈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이 적용돼 말 그대로 호랑이가 연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쏘렌토는 현대차의 싼타페와 함께 국내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대표하는 차량이다.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실상 디자인만이 두 차량을 구분하는 요소였다.

싼타페가 날렵한 형태의 헤드램프 디자인을 통해 스포티함을 강조한다면 쏘렌토는 강렬함과 웅장함을 지향해왔다. 기아차는 이러한 디자인 헤리티지를 4세대 쏘렌토에는 ‘절제된 강렬함’이라는 철학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앞모습을 보면 기아차 고유의 디자인 요소인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 모양의 그릴이 ‘호랑이 눈’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이 하나로 연결돼 더욱 웅장해졌다. 영락없는 ‘호랑이 가면(타이거 마스크)’이다.

쭉 뻗어나가는 측면부를 지나 뒷모습을 보면 기아차가 2019년 3월 미국에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쏙 빼닮았다. 세로형 타입의 LED리어콤비네이션램프 때문이다.

기아차가 새 쏘렌토에 텔루라이드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함으로써 많은 소비자들이 그동안 요구해온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에 다른 방식으로 부응하며 소비자 마음을 다독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아차는 새 쏘렌토를 출시하면서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중형SUV’라는 이름표 대신 ‘중대형SUV’라고 강조했는데 전체적 덩치가 커졌다는 느낌을 단번에 받기엔 힘들었다.

4세대 쏘렌토의 전장(차량 길이)과 전폭(차량 너비), 전고(차량 높이)는 각각 4810mm, 1900mm, 1700mm다. 기존 모델보다 각각 10mm, 10mm, 15mm 길어져 차체의 크기 변화를 체감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시승기] 호랑이 얼굴에 덩치 커진 기아차 쏘렌토, 힘 세고 똑똑해져

▲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 내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넓어진 실내 공간만큼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실내공간의 기준이 되는 휠베이스는 기존보다 35mm 늘어난 2815mm다. 대형 SUV인 모하비와 팰리세이드의 휠베이스는 각각 2895mm, 2900mm로 새 쏘렌토보다 80~85mm 길다.

내부에도 외관과 마찬가지로 쏘렌토만의 웅장함이 잘 묻어난다.

각종 제어부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배치하는데 중점을 두면서도 버튼이나 다이얼의 세부적 디자인에 ‘강인함’이라는 요소를 녹여낸 것처럼 보였다.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용한 다이얼 형식의 기어변속기와 험로주행모드에서는 ‘절제’라는 디자인 요소를 읽을 수 있었다. 반면 온도 조절과 통풍시트, 열선시트를 조절하는 버튼은 위아래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실용성을 추구하는 모습도 동시에 보여줬다.

도어 가니시와 대쉬보드 곳곳에 적용된 퀼팅(다이아몬드) 형태의 무늬도 인상적이다. 고급스러움이 한층 강조되는 느낌을 받는다.

12.3인치 클러스터가 장착된 계기판과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화면은 시인성을 높여준다. 다만 최신 자동차 트렌드처럼 두 화면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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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에는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와 주행모드변경 기능이 적용됐다. <비즈니스포스트>

◆ 충분한 엔진성능에 만족,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도 계속 진화

4세대 쏘렌토에 장착된 스마트스트림 D2.2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f·m의 힘을 낸다.

기존모델과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동일하지만 새 플랫폼 기반 설계로 공차중량이 최소 80kg 이상(인승과 구동방식 등에 따라 다름) 가벼워져 더욱 충분한 힘을 느낄 수 있다.

2.2디젤 전륜구동에 18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5인승 모델의 공차중량은 1755kg이다. 동일한 출력과 토크를 내는 엔진이 장착된 팰리세이드의 공차중량은 2톤이 넘는다.

실제로 도로를 달려봐도 힘의 충분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속력을 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아도 1500rpm(엔진의 분당 회전 수) 안쪽의 출력만으로도 변속이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가 있어 변속시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자유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보니 새 쏘렌토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의 성능에 더욱 만족할 수 있었다.

속력을 150km/h까지 한껏 높여도 출력을 2천rpm 안팎으로 유지했다. 억지로 힘을 짜내 속도를 높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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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 주행 모습. <기아자동차>

급가속을 하거나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두었을 때 엔진의 분당 회전 수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스포티한 주행감성을 부각하기 위한 요소다.

경기 양주에 도착해 기착지까지 이동할 때 경사도가 족히 40도는 넘어 보이는 비교적 험한 언덕 구간도 있었는데 이때도 새 쏘렌토는 안정적 성능을 보였다.

다만 정지 이후 출발할 때는 속도를 서서히 높여도 출력이 잠시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향감도 우수했다.

기아차는 새 쏘렌토의 최하위 트림부터 랙구동형 파워스티어링(R-MDPS)을 달았다. 랙구동형 파워스티어링은 조향 모터가 바퀴를 조향하는 축에 연결돼 모터가 조향축에 동력을 직접 전달해주기 때문에 컬럼구동형 파워스티어링(C-MDPS)보다 만족스러운 조향감을 준다.

고속에서 차선을 급하게 변경하거나 굽은 도로를 주행해도 스티어링휠을 틀어 방향을 전환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소음제어 능력도 좋다.

잠시 시속을 150km 이상으로 유지해 보았을 때 차량을 스치는 바람소리(풍절음)를 느끼기 힘들었다. 시승차량에는 차량 앞유리와 1열 운전석과 조수석 유리에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적용됐다.

시동 켠 채 정차하고 있을 때에도 소음이 잘 제어된다. 디젤엔진 특유의 덜덜거리는 엔진소리가 탑승자들이 있는 공간으로 거의 들어오지 않아 가솔린모델과 견줄 만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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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 조수석쪽 내부 디자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이 계속 강화하고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은 새 쏘렌토에서도 기대에 부합하는 성능을 보여줬다.

차로이탈 방지보조와 차로유지 보조기능을 통해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한 반자율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관련법을 만족하기 위해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있으면 약 10초 만에 핸들에 손을 올리라는 경고음이 뜬다.

주변 차량의 모습을 계기판에 띄워주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활성화하면 운전자가 미리 설정한 차간거리에 맞춰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올리거나 낮추는데 이 때 전방차량의 모습이 계기판에 뜬다.

이 기능은 제네시스 GV80에도 있다. 다만 제네시스 GV80에는 옆차선에 있는 차들도 인지해 계기판에 부여주지만 4세대 쏘렌토는 전방 차량만 보여준다.

카카오와 협업해 만든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오늘의 뉴스 알려줘’ ‘오늘의 날씨 알려줘’ ‘앞좌석 창문 열어줘’ ‘뒷좌석 창문 닫아줘’ 등의 기능도 깔끔하게 구현됐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출발지점부터 기착지까지 16.0km/ℓ, 기착지부터 도착지점까지 13.9km/ℓ다. 둘 다 시승차량의 복합연비인 13.0km/ℓ보다 높게 나왔다.

갈 때는 에코모드 70%, 컴포트모드로 30% 운행했고 올 때는 스포츠모드 50%, 에코모드 50%로 운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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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