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은행 은행장이 2년 임기를 보장받으면서 단기 실적 달성의 압박에서 한결 자유롭게 됐다.

NH농협은행 실적이 2016년 대규모 부실을 턴 뒤 대폭 좋아진 만큼 앞으로는 지속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디지털과 해외진출에 집중하는 중장기 경영전략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NH농협은행장 임기 2년 보장 손병환, 멀리 보고 크게 뛴다

▲ 손병환 NH농협은행 은행장.


26일 NH농협금융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임기 2년을 보장받게 되면서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가 수월해지게 됐다.

손 은행장의 임기는 2022년 3월25일까지다.

해마다 재신임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되면서 단기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금융환경에 맞춰 안정적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2016년 빅배스 이후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실적 개선을 위해 1년 단위로 운영돼 왔다.

빅배스는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한번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NH농협은행은 2016년 5조7천억여 원에 이르던 조선·해운업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3조 원 넘게 줄이는 과정에서 대규모 실적 악화를 겪은 바 있다.

NH농협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해마다 수천억 원 규모였으나 빅배스 당시 580억 원 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임기 2년은 빅배스 후유증을 털어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에 2019년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조5171억 원을 거둬들이며 최대 실적을 냈다. 2018년보다 24.1% 증가한 수치다.

손 은행장은 2년 임기를 통해 경영 안전성을 확보한 만큼 강점으로 꼽히는 디지털부문과 해외진출에 힘을 싣고 NH농협은행의 성장기반을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 은행장은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시절 국내 은행 최초로 오픈뱅킹의 기반이 되는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도입해 농협은행의 디지털금융 혁신을 이끄는 등 국내 금융권에서 디지털금융 1세대로 꼽힌다.

NH농협금융지주에서 농협금융의 해외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고 농협의 해외사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도 거쳐 해외사업 이해도가 높다.

농협 안에서 디지털과 글로벌을 두 축으로 하는 장기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적임자로 여겨진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제로금리시대에 들어서면서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방어에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손 은행장이 임기를 2년 받게 되면서 다른 금융계열사 대표의 임기도 2년으로 되돌아 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월1일 2년 임기를 시작한 데 이어 손 은행장이 임기 2년 흐름을 이어갔다.

NH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자회사 최고경영자를 선임할 때 처음 임기를 2년 이내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빅배스 이후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허리띠를 동여매고 각 계열사 대표도 실적 개선에 힘쓰라는 뜻에서 임기를 1년씩만 보장해왔다.

이에 따라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은 ‘1+1+1’ 형식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 오병관 전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구찬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등의 임기도 ‘1+1’ 형식으로 돼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말 있을 농협생명이나 농협캐피탈 인사에서도 새 대표가 선임된다면 2년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