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HDC현대산업개발을 보면 과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게 생각난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어쩌면 결단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본다.”

재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아시아나항공 코로나19로 경영 악화, 정몽규 인수의지 시험대 올라

정몽규 HDC그룹 회장.


26일 항공업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 포기설을 부인하며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인수절차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낸 데 이어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권순호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완주를 향한 시장의 의구심이 높아지자 이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한다 하더라도 당초 2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추가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포기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포기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어 6조 원이 넘는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인수전 초반만 해도 한화그룹이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부 경쟁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한화그룹이 승자가 됐다. 당시 김승연 회장에게 운이 따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 회장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어렵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후유증 없이 3년 동안 잘해보자”고 직원을 독려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화그룹은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날린 계약금(이행보증금)만 3150억 원에 이르지만 김 회장의 결정을 놓고 ‘포기도 승부수’라는 말이 나왔다.

그 뒤 2009년 한화그룹은 인수 무산의 책임이 KDB산업은행에게도 있다며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2018년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승소해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았다.

결과적으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한화그룹의 인수 무산이 오히려 득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2500억 원가량의 계약금을 날리게 되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관계 악화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의해 차입금 상환 유예, 납입일 조정 등 계약조건 일부를 변경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사실상 매각주체라고 볼 수 있는 산업은행 처지에서도 악화한 항공업황, 항공산업 발전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를 수용할 명분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