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자동차 전자장비사업이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로 주요 고객사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LG전자 핵심 계열사의 전장부품 생산량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 것이다.
 
LG전자 전장사업에 코로나19 어두운 그림자, 흑자전환 미뤄질 수도

▲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


LG전자가 전장사업과 관련해 막대한 수주잔고를 보유한 만큼 장기적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전장사업에서 흑자를 내는 시점은 다소 미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전장사업의 긴밀한 파트너인 폴크스바겐이 코로나19의 여파를 정면으로 맞으면서 LG전자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LG전자 계열사인 오스트리아 ZKW는 19일부터 차량용 헤드램프 생산량을 감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ZKW는 폭스바겐그룹 등 여러 기업에 부품을 공급한다.

LG전자 관계자는 “ZKW는 주요 고객사의 차량 생산계획에 따라 부품 생산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ZKW는 LG전자 전장사업의 핵심이다.

LG전자는 2018년 1조4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ZKW를 인수했다. ZKW를 중심으로 폴크스바겐그룹 등 고객사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미래사업으로 꼽히는 전장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최근 VS(전장)사업본부의 차량용 램프사업을 ZKW로 이관하면서 ZKW 중심 전략에 더욱 힘을 싣기도 했다.

이처럼 전장사업의 ‘기대주’로 떠오른 ZKW가 코로나19로 위축되면 그만큼 LG전자 전장사업이 실적을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VS사업본부 영업손실은 2018년 1198억 원에서 2019년 1949억 원으로 늘어났다. 

물론 코로나19에 따른 ZKW의 생산 위축이 LG전자 전장사업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일시적이고 LG전자는 이미 전장사업 수주잔고 50조 원가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ZKW 생산량은 폭스바겐 등 고객사가 생산을 재개하면 당연히 회복될 것”이라며 “코로나19와 무관하게 LG전자 수주잔고는 정상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폴크스바겐 등 고객사의 차량 생산이 지연되는 만큼 LG전자의 전장사업 수주잔고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전장사업의 흑자 달성이 지연될 수 있는 셈이다.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 사장은 1월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LG전자 전장사업부의 2021년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이른 시일 안에 코로나19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9개 브랜드는 유럽에 있는 공장 대부분을 지역에 따라 2~3주 동안 문 닫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크바겐그룹이 2019년 자동차 1100만 여대를 팔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3주의 조업중단도 적지 않은 생산 차질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 생산을 중단하는 기간은 더 길어질 공산이 크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1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런 조치가 더 오래 갈 수 있다”며 “바이러스 확산이 이른 시일 안에 종료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폴크바겐그룹과 전장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2007년부터 폴크스바겐그룹에 오디오 및 비디오 제품을 공급하면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 접목) 협력의 물꼬를 텄다. 두 기업은 또 2016년부터 커넥티드카(인터넷 연결 차량)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