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진행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고의적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판단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21일 공개한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의 고의적 증거인멸이 공정한 재판을 방해했다”며 “영업비밀 침해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민감한데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디지털 증거보존)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적시했다.
 
미국 국제무역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에서 증거인멸 시도"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국제무역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인지한 2019년 4월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는데도 이 시점 이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며 “이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직원의 PC 휴지통에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여 개가 나열된 엑셀 문서가 발견됐다.

국제무역위원회는 4월17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을 검토하고 10월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저작권 침해 제재 규정) 위반 여부와 수입 금지 등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관련 부품·소재를 미국에 수출하는 일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2월14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LG화학은 당시 "국제무역위원회가 소송 앞뒤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법적 제재를 내린 것으로 추가적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