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사들이 컨테이너선을 계속 수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구축한 컨테이너선 수주시장의 지배력이 흔들리는 전조인가? 아니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가?
 
중국 컨테이너선 수주 약진, 한국 조선3사 지배력 균열의 전조인가

▲ (왼쪽부터)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대거 발주계획이 쏟아졌던 대형 컨테이너선(1만2천 TEU 이상) 수주시장에서 중국 조선업계가 악진하고 있다.

여러 조선해운 전문매체들은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의 2만3천 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후동중화조선과 장난조선소가 3척씩 나눠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해운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하팍로이드가 중국 정부 차원의 선박 금융지원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1위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CSSC)의 선박 리스 계열사 CSSC해운을 통해 선박 발주처의 계약대금 융통을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에 타격을 입자 중국 정부는 3월 들어 자금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는 3월 들어 중국 조선사들이 대형 이상급 컨테이너선을 대거 수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홍콩 해운사 타이거그룹은 1만4천 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양쯔장조선에 발주했다. 전체 발주규모는 11억1500만 달러로 양쯔장조선 설립 이래 단일 수주로는 최대 규모다.

홍콩의 다른 해운사 OOCL은 2만3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중국과 일본의 합작조선소 2곳에 나눠 발주했다. 전체 발주규모는 7억7900만 달러다.

한국 조선3사도 이 컨테이너선의 수주를 노렸으나 결국 무산됐다.

현재까지 계획이 알려진 컨테이너선 발주건 가운데 조선3사에게 남은 수주기회는 일본 해운사 ONE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과 영국 해운사 클린캐리어스의 발주척수가 알려지지 않은 컨테이너선 뿐이다.

조선3사는 초대형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지만 컨테이너선과 액체화물운반선(탱커)의 수주비중도 상당하다.

더욱이 코로나19의 확산에 저유가가 겹쳐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조선3사로서는 컨테이너선 수주에 계속 실패한 대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수주 실패가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조선3사는 대형급 이상 컨테이너선 건조시장에서 점유율 5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 앞으로 중국이 한국 조선업계에 위협이 될 수준까지 올라올 수도 있다는 시선이 조선업계에서 나오기도 한다.

중국 조선사들은 한국 조선3사에 비해 기술에서는 뒤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저가수주로 선박 수주시장에서 조선3사를 추격하고 있다 .

특히 저가수주의 위력은 일반화물선(벌커) 수주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시장은 높은 수준의 선박 건조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현재 일반화물선 수주시장은 중국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일본 조선사들이 일본에서 나오는 물량을 수주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더 이상 일반화물선 수주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일반화물선처럼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선박이 아니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LNG운반선을 포함한 가스운반선과 다르다.

컨테이너선 수주시장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컨테이너선도 규모가 커질수록 높은 수준의 선박 설계 및 건조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2만 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시장은 한국 조선3사가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2018년 프랑스 해운사 CMA-CGM이 2만3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발주한 뒤로 2만 TEU급의 수주로 중국 조선사에게 넘어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OOCL이 중국과 일본 합작조선소에 2만3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맡긴 것도 같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일반화물선 수주시장 석권에 머물지 않고 더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의 수주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다”며 “중국 정부가 선박금융을 통한 측면 지원의 강도까지 높이고 있어 조선3사의 수주환경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컨테이너선 수주시장에서 중국 조선업계에게 한국 조선3사가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중국 컨테이너선 수주 약진, 한국 조선3사 지배력 균열의 전조인가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 'MSC굴슨'. <삼성중공업>


중국 조선사들의 최근 컨테이너선 수주는 대부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홍콩에서 따냈다.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선 해운사들은 대부분 유럽에 있으며 유럽 선주사들은 선박의 최우선 가치를 안전성에 두고 한국 조선3사의 기술력에 꾸준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리스 선박그룹 캐피탈마리타임의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회장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1만25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를 위한 상담을 진행했다고 해외언론이 보도했다.

마리나키스 회장은 ‘그리스 선박왕’으로 유명한데 캐피탈마리타임은 선박 80척 이상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일반화물선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선박을 발주할 때 한국 조선사를 먼저 찾는다.

트레이드윈즈는 “발주규모는 확정물량이 6척이며 옵션물량의 척수가 논의되고 있다”며 “캐피탈마리타임의 산하 해운사 캐피탈프로덕트파트너스가 이 선박들을 용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