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손병환 NH농협은행장 내정자 인선과 관련해 농협금융의 인사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원칙적으로 NH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으로 은행장 인선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회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늘Who] 이성희 광폭 물갈이에 NH농협금융 인사 독립성 훼손 논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19일 농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가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을 NH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뒷말이 나오면서 농협금융 인사를 둘러싼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는 17일 NH농협은행장 인선을 결정했다.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는 16일 열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NH농협은행장 인선 발표 뒤 논란이 일자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권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며 농협중앙회의 개입을 부정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도 "금융지주와 중앙회는 분리돼 있기 때문에 은행장 인사는 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에서 결정된다"고 내정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가 손병환 지주 부사장을 농협은행장으로 추천하면서 이성희 회장이 NH농협은행장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선이 더욱 늘었다. 

NH농협은행장 선임은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논의된다. 

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돼 있지만 임원후보 추천위원인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를 통해 농협중앙회장의 뜻이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재영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NH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 회장이 낙생농협 조합장을 3선까지 지낸 바 있는 만큼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병원 전 회장 시절에는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이 금융지주 비상임이사로서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유 이사는 김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농협금융 인사와 관련한 독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영향이 미칠지 시선이 몰리고 있다.

김 회장의 임기가 4월28일에 끝나기 때문에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회장 인선을 같이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재임기간 NH농협금융지주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18년과 2019년 2연 연속으로 순이익 1조 원대를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1조7796억 원을 내며 금융지주 출범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김 회장이 낸 실적을 고려하면 연임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성희 회장의 의중에 달렸다는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이번 NH농협은행장 인선과정에서 독립성 논란이 불거진 점을 의식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떠오른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성과 관련한 논란이 출범한 이후부터 끊이지 않았는데 이는 농협의 지배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에 따라 농협중앙회에서 떨어져 나왔다. 

금융기관으로서 경쟁력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NH농협금융지주는 표면적으로는 독립적 금융지주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들고 있기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산분리 원칙에 맞지 않지만 정부가 농협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더욱이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은 자회사인 지주사를 감독할 권리가 있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경영간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신동규 전 금융지주 회장은 2013년 임기를 1년 남기고 사퇴하면서 중앙회장에게 과도하게 권한 집중되는 지배구조를 문제 삼기도 했다.

NH농협금융은 농협법에 따라 탄생된 비상장 특수법인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은 금융회사라는 점에서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금융사들은 이윤 추구가 최대목적이지만 농협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수성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