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업체 ‘아람코’가 2020년 투자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줄이기로 하면서 한국 건설사들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쏠린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개발사업에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동 일감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사업의 수주가 더욱 절실해졌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중동 투자축소에 현지 가스전 수주 더 절실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17일 아람코 2019년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올해 신규 투자규모를 250억~300억 달러로 지난해 328억 달러보다 최대 24%까지 줄이기로 했다. 

아람코는 이를 놓고 “최근 시장상황과 상품 가격 변동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최근 유가 하락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원유가격은 올해 초만 해도 배럴 당 60달러 선이었으나 16일 30달러 선 밑으로 떨어졌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전통적 중동시장 강자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상장과 비석유부문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올해 중동사업 확대에 기대감을 품고 있었지만 유가 하락이 언제까지 갈지 불투명해짐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등 가스전 개발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은 급증하는 가스 수요에 대응해 대규모 가스전 개발프로젝트를 준비해오며 가스 생산 확대에 의지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저유가와 이에 따른 투자 감축의 영향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예정된 가스 업스트림(생산) 관련 입찰에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전 프로젝트’ 핵심 패키지 3개에 도전하고 있다. 

자푸라 가스전 개발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셰일가스 개발 프로젝트로 완공되면 하루 13만 배럴의 에탄과 50만 배럴의 액화가스 등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하루 생산량의 40% 수준이다. 

총공사비는 37억 원 수준으로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고 현재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핵심 패키지 가운데 1개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1~2개 패키지 수주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업을 따내면 최소 10억~최대 25억 달러가량의 신규수주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자푸라 가스전 개발사업 결과는 이슬람교의 종교의식 기간인 ‘라마단’이 시작하는 4월23일 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3월 말 입찰이 마감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하일앤가샤 가스개발 프로젝트에도 도전한다. 

하일앤가샤 프로젝트는 추정 사업비 10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사업으로 상반기 발주가 예상되는 중동 가스전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건설은 주요 4개 패키지 가운데 2번 패키지에 단독입찰, 삼성엔지니어링은 2번, 3번, 4번 패키지에 영국의 페트로팩과 컨소시엄으로 입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가 심화하고 중동 유가하락 등 기존 수주텃밭에서의 경쟁력 유지 및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본원적 경쟁력 극대화를 통해 해외 신규수주 확대와 매출 증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