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에서 얼마나 베팅을 할까?

0%대 초저금리시대가 열린 데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에 진입했다는 불안한 시선도 자리잡고 있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금융시장 불안, 윤종규 푸르덴셜생명에 얼마 베팅할까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KB금융지주에게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필요하긴 하지만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이어서 윤 회장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19일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이 진행된다. 예비입찰에 참가한 KB금융지주,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이 본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특히 저금리로 생명보험사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저출산, 저성장, 저금리의 3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0%포인트나 인하되면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생명보험사의 연도별 평균 자산운용 이익률은 10년 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5.9%를 보였지만 2012년 4%대, 2016년 3%대에 진입한 뒤 2019년 11월 3.5%로 떨어졌다. 올해는 3%도 위태롭다.

KB금융지주를 비롯한 인수후보들이 저금리 기조를 예상 못한 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기준금리 인하폭이 예상보다 커진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마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이 급변하면서 KB금융지주 안에서도 생명보험사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앞으로 업황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생명보험사 인수에 긍정적이지 않은 견해를 나타내는 사외이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푸르덴셜생명은 다른 대형보험사들과 비교해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아 금리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편이긴 하지만 자칫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보험 수요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윤종규 회장이 푸르덴셜생명을 비롯해 생명보험사 인수를 아예 포기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KB금융그룹의 취약부문을 보강하려면 생명보험사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 년 전부터 장기계획을 짜왔던 만큼 코로나19의 영향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실제 윤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다만 입찰가격에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본입찰에서 가격을 써내려면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과감한 베팅에 나서기에는 지금 이사회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를 향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 안팎에서도 굳이 지금 무리해서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금리로 KB금융지주 순이익의 70%를 차지하는 KB국민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점 역시 문제다.

보통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면 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2천억 원 안팎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들이 4천억 원 안팎의 순이익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금융시장을 강타한 충격파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요국의 정책 공조에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만 있다. 이미 기존의 그 어떤 공식이 통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더라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조 원 안팎의 몸값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본입찰 참여 여부나 가격 등을 놓고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