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면서 승계자금의 동앗줄로 여겨지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도 더 중요해졌다.

금춘수 한화 지원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의 연착륙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한화 승계 자금줄 한화시스템 한화종합화학 가치 높이기 부담 커져

▲ 한화 로고.


12일 한화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성이 높은 계열사로 꼽힌다.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한화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지닌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해 한화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배당 확대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의 자금줄 역할을 하거나 향후 한화와 합병 등을 통해 김 회장 세 아들이 한화의 지분을 확대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높이기가 중요한데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 등 에이치솔루션이 영향력을 지닌 계열사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에이치솔루션이 2대주주인 한화시스템을 상장한 데 이어 올해는 에이치솔루션의 손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장기적으로 한화시스템 지분을 모두 처분할 계획을 세웠는데 한화시스템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손에 쥐는 돈이 늘어나게 된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해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는데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공개(IPO)가 흥행하면 기업가치가 덩달아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상황에 따라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이 각각 지분 39.1%와 36.0%를 보유해 1대주주와 2대주주에 올라 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일부 매각해도 지배력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 지분 일부를 매각해 확보된 자금이 배당 등을 통해 에이치솔루션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금춘수 한화 지원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화그룹이 2018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기 전까지 경영기획실장을 맡아 한화그룹의 주요 현안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한화 지원부문 대표를 맡아 각 계열사 업무를 조정하며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과 함께 그룹 전반의 주요 현안들을 챙기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 전반의 주가 부진은 금 부회장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상장폐지를 결정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제외하면 현재 한화,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모두 7개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 태양광사업을 주도하는 한화솔루션을 제외한 6개 상장사가 모두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감안하더라도 절대적 주가 수준이 낮은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상장 계열사의 장기간 주가 부진은 주주가치 강화에 소홀한 그룹이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시장에서 한화그룹 전반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 상장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한화종합화학을 비롯해 계열사 상장과 주주가치 관련 업무는 한화 지원부문과 관계없이 각 계열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