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주열, 코로나19로 금리인하 전방위적 압박 앞에 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월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의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됐다.

금리 인하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떠밀리듯 금리를 인하하기엔 이 총재로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2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일정과 관련해 “기준금리 결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를 놓고 기대감이 높아지자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금리 인하를 둘러싼 압박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4월 금리 결정 금융통위 회의 전에 임시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꺼번에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해 미국과 캐나다, 영국의 이른바 ‘빅 컷’ 행렬에 동참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긴급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연준이 정례회의를 거치지 않고 금리를 내린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여 만이다.

캐나다도 2015년 7월 이후 5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미국과 캐나다 모두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씩 내린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전날엔 영국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정부에 긴급 건의를 하며 “미국도 금리를 0.5%포인트 대폭 인하한 상황에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 의지와 신호를 시장에 주지 못하게 된다”고 요구했다.

외국계 투자은행 등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2일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적절한 금리 인하 시기를 이미 놓쳤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 바로 일주일 전 금리를 동결하는 등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담 역시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임시 금융통화위를 통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그만큼 코로나19가 심각하고 경기가 부진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도 연준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발표하자 주요 증시가 폭락했다. 연준의 이례적 금리 인하가 오히려 시장의 공포심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왔다.

부동산 가격도 역시 부담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정부도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했다.

금리 인하가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 역시 나온다. 이미 낮은 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영향력이 크지 않은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력 역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주열 총재도 일관되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불안심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가장 최근 열린 금융통화위 회의 직후에도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며 “최근 국내 수요와 생산활동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 등에 따른 불안심리의 확산에 따른 것”이라며 “금리 조정보다 취약부분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한국은행의 보수적 기조를 고려하면 금융통화위 임시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4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의장이나 2명 이상 금융통화의 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회의를 열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 10월27일 임시 회의를 열어 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포인트 인하한 적이 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에도 임시 회의를 통해 0.50%포인트의 금리를 낮췄다.

이 총재는 지난 금통위 당시에는 금융통화위 임시회의가 열릴 가능성과 관련해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미리 금융통화위 임시회를 거론하거나 염두에 둘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